[문학예술]소설가 조정래씨 세번째 대하소설 '한강' 출간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11분


《‘태백산맥’ ‘아리랑’에 이은 조정래씨(58)의 세 번째 대하 장편소설 ‘한강’이 7일 해냄출판사에서 출간된다. 조씨는 1998년부터 2년7개월 동안 한 일간지에 연재하다 지난해말 중단한 이 작품을 상당 부분 고치고 원고를 보완해 총 10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1차로 1부 ‘격랑시대’ 3권이 이번에 나오고, 2부(3권)는 12월 초, 3부(4권)는 내년 2월 초와 3월 중순에 두 권씩 나누어 출간된다.》

이 소설은 한국전쟁 이후 4·19, 5·16, 10월유신과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 파란만장한 격동의 현대사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 때문에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조씨는 ‘한강’ 기획 당시에는 1959년부터 1992년까지 현대사를 모두 아우를 생각이었으나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마무리하고 그 이후는 이 작품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다. 해냄출판사측은 “80년대 이후를 다루지 않는 대신 내용을 대폭 보강하고 이야기 구성 상당 부분을 바꿔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조씨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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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사란 힘있고 권력을 가진 소수의 것이 아니라, 민중 하나하나의 숨결이 이뤄놓은 결정체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해온 조씨의 집필 의도는 ‘한강’에서도 그대로 이어된다. 이 작품에서는 독재권력의 폭압, 부의 불공정 배분 등 경제발전의 그림자 같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와 그 극복을 통해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겠다는게 조씨의 생각이다.

이번에 발간되는 1부 ‘격랑시대’는 일제시대때부터 질긴 악연을 가진 인물들이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쿠테타에 이르는 격동기를 무대로 출세를 도모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월북한 부친 때문에 고초를 겪어온 유일민, 일표 형제 집안과 친일파 출신으로 전형적인 출세주의자 정치인인 강기수 의원 집안이 두 축이다. 여기에 사법고시로, 데모로, 아부로, 때로는 주먹으로 역사적 격변기를 헤쳐나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정확한 고증을 위한 방대한 자료 조사, 고른 호흡을 유지해주는 치밀한 구성,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 해학적인 토속적 정감 등 작가의 운필은 조심스러우면서 여전히 호방하다.

작가가 밝힌 이 작품의 출발은 ‘태백산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태백산맥’에서 80년 5월 광주까지 다루려했지만 이야기가 길어지자 한국전쟁 이후를 나중으로 미뤄뒀던 것이 이번에 출간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조씨는 ‘태백산맥’에 이어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전후부터 해방기까지 벌어진 민족 수난사와 투쟁사를 담은 ‘아리랑’(95년 완간)을 발표했다. ‘한강’이 완간되면 한국 현대사 100년을 소설로 집대성,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남기게 된다.

한편 조씨는 현재 지방에 마련한 집필실에서 ‘한강’ 마무리 원고를 쓰고 있다. “책이 완간되는 내년 봄까지는 외부와 일체 연락을 끊고 있다”는 것이 부인 김초혜 시인의 전언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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