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쇄신, 더 미룰 이유 없다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6분


10·25 재·보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선거에서 참패한 집권 여당은 민심수습책을 내놓기는커녕 당내 세력간 반목에 대선 예비주자간 이해관계가 뒤엉키면서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내 쇄신파 5개 그룹은 어제 전면적인 당 체제 개편과 인적 쇄신 등 5개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측은 소장파의 행동은 당의 분열을 초래한다고 반박하고 있어 개혁파와 동교동계가 ‘극한투쟁’마저 불사할 조짐이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실명을 밝히고 정계은퇴를 하라고 몰아붙인 터여서 양측은 피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이렇듯 집권 여당이 집안싸움을 벌여서야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우리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은 집권 여당의 내분은 일개 정당의 집안싸움에 그치지 않고 국정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이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경에야 국정쇄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내일 청와대에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민주당 의원들과의 그룹 면담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하는 등 ‘시간을 갖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시간을 갖고 의연하게 대처할 만큼 여유로운 때인가. 김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과 면담해 여론수렴을 할 계획이라는데 수렴해야 할 여론이 더 남아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은 동교동계 따로, 쇄신파 따로 다 나온 것이 아닌가. 더구나 국정쇄신은 한다, 한다 하면서 1년 가까이 미뤄온 사안이다. 새삼스레 여론을 수렴해야 할 이슈가 아니다. 민주당 내에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한다는 것도 이상하게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무슨 기구가 없어 국정쇄신이 안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김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자 민주당 총재다. 당 총재가 당 내분을 수습하고 선거 참패에서 드러난 민의(民意)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김 대통령은 즉각 당 내분을 수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큰 틀의 국정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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