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찬바람 경기에 주가는 봄바람…거품이냐 대세냐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50분



기업 실적도 나쁘고 경기 지표도 안 좋은데 주가가 줄기차게 오른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답은 둘 중의 하나다. 주가가 거품이거나, 아니면 경기회복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실물 경기보다 앞서 오른 것이거나.

지난달 미국 테러 이후 한미 양국의 주가가 경기 악화라는 현실과 달리 단단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의 선(先)반영일까, 투기성 거품일까.

▽지표는 어떻기에〓이미 발표된 각종 지표는 좋지 않다. 문제는 이번주 이후 발표되는 한 미 양국의 굵직한 지표 전망.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 3·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31일 발표)은 전분기 대비 -1% 전후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4·4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경기침체’(Recession·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의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31일 발표)나 전미구매자관리지수(11월2일)도 모두 하락세로 예상된다.

국내 지표는 호전이 예상된다. 30일 발표되는 9월산업활동동향과 11월1일 발표되는 수출입 무역수지가 주목대상인데 생산과 출하 등 산업활동 지표는 전년에 비해 0.4%가량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무역수지도 7억달러가량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해석은 어떤가〓긍정론자 주장의 핵심은 “지금 지표가 나쁜 건 사실이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것. 현재의 지표 악화는 오히려 ‘바닥’을 입증하는 수치라는 풀이다. 4·4분기 GDP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확실시되지만 그 폭이 3·4분기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메리츠증권의 고유선 연구원은 “주가는 경기보다 6∼9개월 정도 빨리 움직이는데다 내년 하반기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 주가 수준을 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박재훈 차장도 “증시의 대세 저점은 항상 경기침체 국면에서 발견된다”며 “각종 지표의 검토 결과 경기 회복시기가 멀지 않았으며 미국 증시의 경우 대세 저점을 이미 통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론자들은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재의 지표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호전이 예상되는 9월 국내 산업활동동향 지표는 10월 추석을 앞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분석.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에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그것이 기술적인 반등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지금 ‘대세 상승’에 베팅하기에는 미국 소비의 악화, 설비투자 지연 등 좋지 않은 여러 지표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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