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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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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수능이 끝나고 3학년 전교생은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300여명의 친구들이 여러 팀으로 나뉘어 각자 일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맡게 된 곳은 여성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있는 곳이었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곳일 뿐만 아니라 그때는 정신지체장애인들에 대한 느낌이 좋지 않아서였는지 좀 망설여졌다. 약간 겁을 먹은 채 들어간 지 1시간쯤 지나서 그 사람들과 우리는 아주 친해졌다.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포옹도 하며 밥도 같이 먹고 하루종일 같이 지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게 생각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 왔을 때 겁먹었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담당하시는 수녀님께서 간호사는 너무 힘든 직업이라고 하셨지만 난 그때 간호학과에 갈 다짐을 더 굳힌 것 같다. 짧지 않은 힘든 2박3일이 지났지만 막상 헤어지려니 무척 아쉬웠다. 가지 말라고 붙잡는 사람들에게 내년 봄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돌아섰지만 일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겨울엔 꼭 다시 가봐야겠다. 그 사람들이 보고 싶다.
이 하 림(eeeee479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