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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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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싸우고 이기는 전략 절실
남과 같은 방법으로 직접 ‘싸워서’ 이기는 것은 전술이고 남과 다른 나만 아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전략이다. 전술만으로 싸우려고 했던 일본 사무라이들이나 구 소련은 모두 미국의 전략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술로 싸워서 백전백승하는 것보다 전략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라는 것이 ‘손자병법’의 요체가 아니던가.
미국은 전술·전략이 무궁무진하다는 미식축구 결승전을 설날에 하는 등 국민이 전략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한다. 전략 전문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일본기업의 문제점은 ‘경쟁기업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서 전술로만 경쟁하려 하지 전략은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기업에도 타당한 지적이다.
아이들에게 보약을 먹이고 무술을 가르쳐서 동네 힘센 아이들과 직접 싸워서 이기라고 하는 것은 전술을, 세계 일류과학자나 기업경영인이 돼 싸우지 않고 이기라고 하는 것은 전략을 가르치는 것이다. 부부간에도 서로 신경질 내고 소리지르며 같은 방법으로 싸우는 것은 전술이며 싸우지 않고 부인이 남편을, 남편이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전략이다.
▲한국 자체 경제모델 세워야
나라경제 운영에 있어서도 선진국을 ‘따라 하는 것’은 전술적 운영이다. 이런 목적으로 만든 경제모델은 ‘전술경제모델’이다. 조지프 스티글러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는 한국은 이런 모델이 아니라 자체모델로 경제를 운영해야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경쟁력연구로 유명한 스위스 IMD는 이미 오래 전에 자체모델을 만들었다. 스위스는 이런 모델로 일인당 소득면에서 선진국들을 모두 앞설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전략경제모델’이다. 한국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독자적인 전략모델을 세우기보다 ‘선진국’을 모방하기에 급급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전술모델이 우리를 항상 경제위기를 걱정하면서 살게 만드는 모델이라면 전략 모델은 선진국을 앞서고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모델이다. 지금은 경제전쟁시대다. 드러커 교수가 밝히듯이 경영혁명시대다. 이 혁명은 2020년경까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발전단계로 볼 때 이미 전술모델로 외국을 모방하는 단계는 지나고 있다. 또한 4대 강국 속에서 살아가야 하므로 우리의 전략모델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다.
아시아 제일의 부자라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방크 회장은 ‘손자병법’에 자신의 병법을 보태 효과를 배가한다는 ‘손자 자승(自乘)병법’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아이들 중에도 전략의 세계적인 대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전략은 또한 싸움을 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술적 싸움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이혼 노사갈등 정쟁 등이 많아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 어린이들 중에 세계적 전략가들이 많이 나와서 차원 높은 발전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한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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