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되새겨 본 고난의 민족사 '세르비아 역사'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57분


세르비아 역사/ 두샨 바타코비치 외 지음 정근재 옮김/426쪽 2만5000원 선인

발칸반도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조그만 나라 세르비아. 냉전이 끝난 후 동구와 구 소련 지역에 민족주의 열풍이 불면서 곳곳에서 민족분쟁이 일어났지만, 구 유고슬라비아지역의 잔인한 전쟁은 유난히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세르비아’라는 이름은 이렇게 20세기 말의 ‘인종청소’라는 참혹한 단어와 함께 우리의 귀에 익숙해졌지만, 이들이 그렇게 처참한 전쟁을 벌인 이유가 뭔지, 실제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우리에게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서구의 언론을 통해 전해진 서구의 시각뿐이었다.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대 교수인 옮긴이는 세르비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넓혀 줄 책을 찾던 중 베오그라드 거리의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해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신진학자들의 공동집필로 2000년 베오그라드에서 발간된 이 책은 그들 자신의 눈으로 본 세르비아의 역사를 보여준다.

저자들은 “세르비아인은 인도 유럽민족, 그 중에서도 슬라브민족에 속한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세르비아인의 기원부터 최근 1990년대까지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해 준다. 14세기 두샨 황제의 제국 건설과 15세기 데스포트국으로의 전락, 16세기 오스만 제국하에서 세르비아인과 보스니아인의 이슬람화, 19세기 세르비아인의 독립투쟁과 통일운동, 1차 및 2차대전과 유고슬라비아의 건국, 그리고 유고슬라비아의 세르비아인.

멀게만 느껴지던 발칸에도 사람들의 길고 험난한 삶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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