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토지공사, 백궁 정자지구 수의계약 미스터리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50분


《도시설계 변경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상업용지 가운데 H사가 매입한 3만9000평이 수의계약으로 팔린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통상 토지공사가 매각하는 상업용지의 경우 공개입찰을 거치는 점을 감안할 때 ‘외부 압력’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매각 가격도 공개 입찰을 통해 다른 업체에 팔린 인근의 땅값에 비해 최고 절반 가량 싼 것으로 밝혀져 수의계약 과정과 배경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매각 과정〓토지공사는 95년 6월 포스코개발에 이 땅을 평당 409만원에 팔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98년 12월 계약을 파기했다. 이 때문에 토지공사는 포스코개발측에 계약금 280억원을 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포스코개발은 99년 7월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2심 판결에서 70억2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이에 불복해 상고함으로써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토지공사는 계약 파기 후 이 땅을 다시 공개 입찰하지 않고 99년 5월 H사 회장인 H씨에게 수의계약으로 평당 409만원에 매각했다. 총 매각대금은 1597억원이며, 5년 균등 분할 납부 조건이었다.

토지공사 토지 매각 방법 비교
공개입찰분양수의계약
대상상업, 업무용 토지단독 및 공동주택지공개입찰이나 분양에서 팔리지 않을 경우
가격공개
여부
미공개 공개-공개입찰을 통해 팔렸다가 계약 이 해지된 땅은 먼저 낙찰받은 사람과 동일 조건
-미분양 토지는 공개된 가격
매각 조건매각공고시 발표매각공고시 발표공개입찰이나 분양 공고때 발표된 것과 동일한 조건

▽왜 수의계약을 했나〓토지공사측은 “계약이 해지됐거나 응찰이 안된 땅에 대해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에 따라 수의계약을 우선 하도록 돼 있다”며 “문제의 땅은 포스코개발이 해약한 땅이어서 동일한 가격으로 H사와 수의계약한 만큼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규정을 ‘수의계약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계약이나 공개입찰 모두 가능하다’로 해석한다. 따라서 문제의 땅에 대한 계약이 해지돼 다시 토지공사 소유가 됐으므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다시 공개입찰을 했다면 특혜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자금 확보가 불투명한 H사 회장에게 땅을 서둘러 판 것도 의문이다. 당시 경기가 좋지 않아 포스코개발처럼 탄탄한 업체조차 매입을 포기하는 바람에 낭패를 겪었던 토지공사가 자금력이 불투명한 H사 회장에게 땅을 팔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토지공사 입장〓토지공사측은 외환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땅을 파는데 있어 이것저것 가릴 경황이 없었다고 밝혔다. 공개 입찰을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사겠다는 회사나 개인이 있을지도 모르는 형편이었다는 것.

토지공사 관계자는 “일단 땅을 매각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땅을 사겠다고 나선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정치권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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