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3경기 연속홈런 홍원기…두산 PS ‘돌풍의 핵’

  • 입력 2001년 10월 16일 22시 36분


“99년 한화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던 날 아내가 울었고 그 해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던 날은 밤새 술 마시면서 제가 울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8일 두산 유격수 홍원기(28)는 프로 들어 처음으로 큰 상을 받아본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다음날부터 준PO의 MVP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로부터 “한턱내라”는 전화가 쇄도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홍원기.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12일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0으로 앞서던 8회 가랑이 사이로 ‘알을 까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 1-5로 역전패해 불과 며칠 사이에 ‘영웅’에서 ‘역적’으로 몰렸기 때문.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며 등을 두드려 줘 몸둘 바를 몰랐다.

반드시 ‘속죄’를 해야겠다는 각오가 새로웠을까. 홍원기는 2차전과 3차전에서 쐐기 홈런을 날린 뒤 4차전에서도 3회 0-0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승 1점포를 터뜨려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3경기 연속홈런에다 준PO까지 합해 6경기에서 무려 4홈런. 그는 올 시즌 84경기에서 홈런이 6개에 불과했던 단거리 타자였다.

홈런 4개, 실책 4개로 올 포스트시즌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홍원기. 두산 주전 유격수 김민호의 부상 때문에 ‘대체 유격수’로 들어간 홍원기는 내친김에 내년에는 프로 6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자리를 꿰찰 꿈을 꾸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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