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20]'경제의 韓流' 꿈이 아니다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42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1963년 100달러에서 95년 1만달러를 넘었고 같은 기간에 수출은 1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유사 이래 이렇게 빨리 성장한 나라는 거의 없다. 가장 짧은 기간에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한 한국의 경제성장을 다른 나라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한국의 발전모델을 배우러 찾아오기도 하고 우리 전문가를 초청하기도 했다. 필자도 말레이시아에서 몇 달간 산 적이 있다. 당시 스위스 최고 은행인 UBS는 한국이 이런 추세로 성장한다면 21세기 국가경쟁력이 세계 제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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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단기간에 조선시장 점유율, 메모리반도체 생산, 철강 생산성, 기업 생산성 증가 등에서 세계 제일이 되고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된 것은 당시 한국이 택한 경제발전모델이 유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올바른 경제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반하는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발생됐다. 경제위기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한국모델은 근본문제가 있다’며 ‘버리고 대신 미국식 모델을 모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인터뷰차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한 어느 중국 TV방송인은 중국은 아직도 한국모델을 배운다고 했다. 한국모델을 배우려는 개발도상국은 더 많다. 미국의 ‘글로벌파이낸스 매거진’지는 얼마전 삼성전자를 세계 제일의 전자회사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식 모델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가는 기업은 이외에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모델을 부정하고 서양모델을 그대로 모방해야 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와 안타깝다. 경제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고 실직에 대한 불안도 많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은 경제위기 발생 직전까지는 드문 일이었다.

우리는 한국모델을 재정립해야 한다. 성장을 하는 것은 물론 동시에 실직에 대한 공포나 거친 서양개인주의 확산에 따른 불안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벤치마킹할 좋은 발전모델을 제공해야 한다. 경제발전모델의 한류(韓流)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한류는 수출 해외진출 국위를 크게 신장시킬 것이므로 노래와 춤으로 동남아에 부는 한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필자는 이런 모델의 개발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오래 전부터 개발하던 모델을 노벨상 수상자들인 게리 베커, 허버트 사이먼, 폴 새뮤얼슨, 경영학의 시조인 피터 드러커, 유명한 국제경쟁력 연구기구인 스위스 IMD의 연구책임자, 포터 모델로 유명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 등의 자문으로 많이 다듬었다. 모델을 정립한 이론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원복 교수와 함께 ‘부자국민 일등경제’라는 만화책으로 출판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일등 하는 제품을 70개 이상 만들어 냈다. 그리고 현시대에 맞는 발전모델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경쟁시대 경제발전은 기업이나 산업의 글로벌경쟁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발전모델은 글로벌경쟁력 향상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경제발전 초기부터 수출산업단지나 공업단지 등은 물론 기업그룹이라는 조직을 통해서도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다같이 향상시키려고 했다. 따라서 우리 모델은 기업과 산업의 글로벌경쟁력 향상을 다같이 중시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중시하는 IMD모델이나, 산업경쟁력 향상에 치중하는 포터 모델보다 더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델이 우리 기업과 산업의 글로벌경쟁력을 향상시킴은 물론이고 수많은 후진국에 수출돼 그 나라의 경제발전을 돕고, 한류도 일으켰으면 한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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