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좋은 디자인은 늙지 않는다" '기업디자인의 대부…'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48분


◇ 기업디자인의 대부 폴 랜드/박효신 지음/127쪽 7000원 디자인하우스

디자이너인 폴 랜드(1914∼1996)의 이름을 굳이 기억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그의 많은 작품 중 단 세 작품만 보면 그의 이름을 자연히 외우게 될 것이다. 컴퓨터회사 IBM, 방송사 ABC, 택배업체 UPS. 디자인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봤을 이들 기업의 로고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대부 폴 랜드는 미술의 아류로 평가받던 디자인을 미술과 같은 반열에 올려 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응용’ ‘실용’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천대받던 디자인에 예술을 불어넣었다는 것. 항상 기업의 CEO만 상대한다고 해서 ‘오만한 디자이너’란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작품 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직관과 미학으로 훌륭하게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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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도 작품을 내자마자 찬사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줄무늬가 들어간 IBM 로고를 선보이자 IBM 직원들의 첫 반응은 ‘죄수복 같다’는 것이었고 웨스팅하우스 로고는 ‘전당포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작품들이 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디자인의 특징은 ‘단순함’과 ‘유머’. 그는 단순한 시각 메시지는 명확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디자인은 딱딱한 산문을 시로 만드는 것이며 그중 유머스러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그는 일주일 만에 디자인한 UPS의 로고에서 윗부분에 선물 상자, 아래부분에 중세시대 방패를 사용했는데 딸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걸 보고 ‘성공했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방패 위의 선물상자는 선물을 안전하게 배달하겠다는 의미를 유머를 섞어 전달한 것이다.

그의 이런 디자인 감각은 다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세월이 지나도 늙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들을 폴 랜드와의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간결하고 유머스럽게’ 만든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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