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 현장-7]대우증권 경영정보 시스템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54분


대우증권은 사내의 PC 대수를 갈수록 줄이고 있다. 언 듯 보기엔 정보화 투자를 줄이는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누구못지않게 과감한 정보화를 추진중이다. 업무중복을 치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쓸데없는 PC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 올해들어 대우증권 57개지점은 268대의 PC를 반납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우증권 정보화의 특징은 핵심업무에 집중한다는 점. 대표적인 예가 부점장급 이상만 볼 수 있는 ‘대외비’급의 경영정보시스템이다. 대우증권 간부들은 출근하면서 맨 먼저 이 정보를 본다. 이곳에선 수수료수익, 예탁자산, 주식점유율 등 전반적인 영업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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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 명동지역의 대우증권지점과 경쟁사 실적도 비교할 수 있다. 예탁자산 고객수 등에서 누가 1위를 하고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직원A는 ‘고정고객이 많아 수수료수입실적은 좋다’, 직원B는 ‘고정고객이 없는데도 실적이 높다’, 직원C는 ‘예탁자산규모에 비해 실적이 낮다’는 등 개인별 성과분석을 할 수도 있다.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신선한 현장 정보를 ‘유통’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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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은 ‘회계정보’도 항상 ‘흐르게’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1년여의 기간과 48억원의 비용을 들여 올 4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증권회사는 원자재 생산관리 재고처리 등을 전산화할 필요는 없다. 증권업체의 자산은 ‘사람’(영업사원)이기 때문에 개인별 부서별 수익과 비용을 관리하는 ‘회계’시스템이 중요한 것. 대우증권은 전사적자원관리(ERP) 패키지 중 회계관련한 부분만 도입하기로 했다.

시스템 설계를 위해 같은 증권사인 메릴린치를 벤치마킹했다. 증권사는 시황산업이라 장의 상황에 따라 수익이 오르 내린다. 하지만 족집게 점술가라도 주식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전에는 1년에 한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는 그대로 덮어뒀다. 메릴린치가 사용하고 있는 예산사업계획 시스템을 도입한 후에는 주요 시장변수를 반영한 계획서를 분기별로 세우고 평가한다.

벤치마킹을 한다고 다 따라한 것은 아니다. 메릴린치는 규모 등에서 대우증권과 비교가 안되는 거대 기업. 세계 각 지점의 정보를 통합하는 것은 잘 돼있지만 비용계정이 세분화돼있지는 않았다. 이에따라 대우증권은 비용처리관련 부분만은 골드만삭스를 참고했다.

개개인의 수익과 비용이 데이터로 쌓이게 돼면서 실적관리가 가능해졌다. 아직 개인의 실적을 인센티브와 연결하지는 않지만 향후 성과에 따른 보수체계를 도입해나갈 예정이다. 매월 발간하던 회계 수익성 등을 담은 책자를 내는 비용도 연간 960만원 정도 절감됐다.

금융기관간 하루단위 단기자금을 융통하는 ‘콜시장’은 5시에 닫힌다. 대우증권의 단기자금운용 담당은 3시부터 각 지점에 그날 들어오고 나간돈을 체크한다. 실시간으로 입출금상황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보다 약1시간쯤 빨리 유리한 조건에서 단기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이전에는 각 지점에서 전화로 알려주는 것을 집계하고 나서야 그날 돈을 빌려줄수 있는지 꿔와야 하는지 알수있었다.

데이터는 아무리 많아도 유용하게 가공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대우증권은 데이터처리 등에 대한 사원교육을 강화해 더 많은 정보를 경영과정에 연결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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