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돌아온 외국인 '순매수' 언제까지…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40분


지난달 미국 테러 사태 이후 국내 증시를 하나둘씩 떠났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들의 순매수가 7일째 이어졌고 거래소에서는 10일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9일까지 5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이같은 ‘외국인의 귀환’을 환영하면서도 이들의 순매수 행진이 앞으로 계속될 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있다.

▽돌아온 외국인〓외국인투자자들은 미국 테러 사태 이후 12일∼27일 사이 약 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12거래일 중 무려 9일 동안 주식을 팔아치웠으며 이 중 12,18,19,20일 등 4일은 순매도액이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달 27일.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3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외국인은 28일 거래소에서도 12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후 외국인은 거래소에서는 9일까지, 코스닥에서 10일까지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왜 돌아오나〓최근 미국 등 해외증시의 안정세와 테러 이후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이 워낙 커 상대적으로 주가가 많이 싸진 점이 이들의 순매수 행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국내 시장이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중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돼있다는 것도 ‘외국인 귀환’의 또 다른 이유. 인도네시아 등 회교 국가가 포함돼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커 진 동남아시아나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부각되는 남미에 비해 한국과 대만이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것.

또 외국인들이 그동안 너무 많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생긴 돈으로 통신 서비스 금융 건설업종을 사들이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것도 최근 순매수의 한 원인이다.

▽계속 사들일까?〓그러나 최근의 외국인 순매수는 그 동안 100원 어치 판 돈 중 50원을 다시 투자하는 수준이지 신규자금을 유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

또 외국인은 최근 이머징마켓 전체에 투자하는 절대 금액 자체를 줄이고 있는 추세여서 ‘한국이 갖고 있는 상대적인 안정성’도 더 이상은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이 유발한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외국인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여전한 부담.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소규모 순매수를 며칠 더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 힘을 보태줄 정도의 신규 자금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들의 순매수로 인한 주가 상승 가능성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전망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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