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월드컵 첫진출 중국팀을 보니…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51분


단지 ‘강하다’는 것만이 아닌 ‘좋은 팀’이라는 것이 사상 첫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룬 중국축구대표팀에 대한 인상이다.

격렬한 프레싱이 쉽게 이어지고, 공격도 빠르다. 또 관중을 즐겁게 한다는 점에서 본보기가 될만한 경기를 펼친다.

지난해 1월 중국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해 중국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받은 유고 출신의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 ‘월드컵 마술사’로 불리는 그가 서로 다른 나라의 대표팀을 맡아 마침내 월드컵 5회 연속 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의 전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4-4-2 시스템을 기본으로 밸런스가 좋은 수비망을 형성하고 일단 공을 뺏으면 논스톱 패스를 구사해 상대의 골문을 압박해 들어간다. 조직력을 강화하는 현대축구의 ‘왕도’를 가는 것이다.

선양에서 차례로 가졌던 우즈베키스탄전과 오만전이 그 예. 선수 전원이 자기 진영에서 견고한 사슬처럼 공간을 주지 않고 버티는 상대를 두고 중국은 변화있는 패스를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최종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다.

이전의 중국은 전혀 다른 축구를 전개했다. 장신 선수를 두고 전방을 향해 긴 패스를 쏘아올리는 ‘파워 사커’의 우직한 신봉자였다.

현재 중국의 공격력이 무서운 것은 축구 스타일이 변했으면서도 전통적인 ‘고공축구’도 함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너킥때마다 중국 선수들이 골 전방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모습은 박력이 넘쳤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에게 ‘신기’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선수 기용일 것 같다. 선입견 없이 선수를 뽑아 취임 이후 60여명의 선수를 시험 무대에 올렸다. 최종적으로 유럽에 진출 경험이 있는 포워드 양첸, 수비수 순지하이 등 기존 유명 선수들뿐만 아니라 두웨이, 취보 등 젊은 선수들도 대표팀에 선발했다. ‘베테랑’과 ‘신인’을 같은 위치에서 경쟁시키면서 전체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중국의 ‘천적’이라는 한국이 과연 지금의 중국을 이길 수 있을까. 일본 역시 중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카코지 도오루/아사히신문 체육 전문 서울특파원 nakakoji@yhb.att.n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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