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skylife '그와 그녀는 못봤다. 무엇을?'

  • 입력 2001년 10월 8일 10시 05분


한국디지털위성방송 'skylife' 광고가 세계적인 인물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누구?

2편까지는 철저히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일관한 런칭광고였다.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서 뒷모습만을 보여주던 남자와 여자. 그리고 이어지는 짤막한 카피. '그는 못봤다' '그녀는 못봤다' 대체 무엇을 못보았고 그들은 누구일까? 궁금증은 점점 증폭되고..

[CF보기]

세발의 총성으로 시작하는 이번 광고는 그 비밀의 베일을 벗긴다. 총알이 어둠을 꿰뚫자 빛이 새어나온다. 마치 죽은 자들의 아우라를 다시 불러내듯이 말이다. 그리고는 고인이 된 세 명의 신화적인 인물이 차례차례 등장하여 가장 빛나고 화려했던 시절을 재현한다.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은 연설대에 서 있는 모습과 함께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다. 카피는 여전하다. 그는 못봤다는 것. 그 다음 등장인물은 육상단거리의 여왕 그리피스 조이너다. 우승테이프를 끊는 바로 그 감격적인 순간을 클로즈업한다. 그녀도 못봤다. 마지막으로 영사기가 돌아가며 마릴린 먼로의 모습이 보인다. 그 특유의 구불구불한 금발머리와 나른한 눈매, 약간 헤~ 벌어진 입술을 하고선.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지만 역시나 먼로도 못봤다. 그러니깐 무엇을?

'아깝다 청춘! skylife도 못보고..' 이제야 알려준다. 그들이 못본건 이거였구나 아이구. 속이 다 시원하다. 이때의 이미지는 피어나던 붉은 장미꽃이 스르륵 잎을 말며 봉오리를 오무린다. 그야말로 제대로 활짝 피지도 못한 꽃같은 청춘이라는 거다.

히야. skylife의 광고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무리한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유연한 흐름이 재미있다. 게다가 스케일도 크지 않는가. 세계적인 인물들을 살짜쿵 모셔와서 자기네 방송을 못본게 아깝다고 탄식하다니.

이 광고의 승부수는 흑백의 비주얼로 살아난 모델이다. 빅모델 영입에 허덕이는 광고계에 의외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낸 것이다. 그것도 누구나 다 아는 빅모델을 세명이나 한꺼번에! 이들은 세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굴곡있는 인생이어서 더욱 호기심을 당기기 마련.

케네디 전 대통령은 최연소 대통령 당선자였고 워낙에 웅변과 재기가 뛰어났다. 닉슨과의 텔레비젼 토론은 대통령선거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정도다. 마릴린 먼로와의 염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스타쉽이 있었던 정치인이었던 셈.

그리피스 조이너는 육상단거리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100m 10초 49, 200m 21초 34로 세계기록 보유자다. 그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그녀는 패션모델 뺨치는 패션감각으로도 유명했다. 길다란 손톱과 빨간 입술은 그녀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마릴린 먼로는 그녀가 살았던 생보다 더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 섹시한 이미지는 끊임없이 재생된다.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풀어진 표정이 주는 천연덕스러운 백치미로 압축된 이미지. 21세기의 성상품화의 대부분은 그녀의 흩날리는 치맛자락이 스며들어있다. 그녀는 아직도 대중이미지 속에서 살아숨쉬고 있다.

짧지만 강렬했던 청춘. 그들은 갈때조차 강렬했다. 암살, 자살, 돌연사라는 죽음의 형태마저 비슷하다. skylife는 이들의 죽음을 슬쩍 물고늘어진다. 못보고 죽어서 안됐네라고. 이 오만함이 광고를 살린다.

돈 듬뿍듬뿍 얹어주고 빅모델을 기용하는게 광고의 전부가 아니다. 영생하는 생명력의 모델을 빌려온 아이디어, 스틸컷의 흑백 비주얼, 그리고 그 적당한 오만함. 역시 광고는 새로움과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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