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영재의 월가리포트]미국증시의 '인디언 서머'

  • 입력 2001년 10월 7일 19시 16분


지금 뉴욕은 때아닌 여름 날씨다. 이런 늦더위를 미국인들은 인디언 서머라고 부른다. 그동안 찬바람만 불던 뉴욕증시도 날씨와 발맞춰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한 주간의 반등으로 테러사건으로 혼란스러웠던 증시 분위기가 다시 정상을 찾은 모습이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은 전통 우량주들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회복 속도가 더뎠지만 이번 반등으로 충격을 상당부분 소화해낸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테러사건 직후 연 닷새 동안 기록적인 하락세로 바닥을 형성한 만큼 급하지는 않아도 차츰 정상궤도를 찾아 갈 것이란 기대가 퍼지고 있다.

지난주 증시에 알려진 소식엔 호재와 악재가 뒤섞였지만 주가는 호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매수세가 유입됐다.

물론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논의되고 계속되는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 굵직굵직한 호재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증시가 상승한 것이지만 어쨌거나 테러사건 이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반등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게다가 통신장비업종의 최대기업인 시스코시스템즈나 델컴퓨터처럼 기업별로 실적 호전 전망을 발표한 것도 큰 힘을 보탰다. 계속되는 감원과 실적 악화 경고 속에서 당연히 어려울 것으로 알았던 IT업계의 대표 기업들이 자신감을 내비치자 투자자들이 용기백배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디언 서머가 가을 날씨를 대신할 수 없듯이 경기 악화나 주가 하락이 단기간의 호전을 보였다고 대세 상승으로 접어들 수 없다는 지적이다.

소수의 기업들만이 실적 호전을 전망할 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추가 감원과 실적 악화에 분주한 모습들이고 특히 실업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경제 및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예상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도 불안요소로 잠복해 있다.

결국 뉴욕증시의 상승세 회복은 테러 이후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기업들의 수익전망도 안정적으로 나타날 때에야 가능할 것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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