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한 시대의 끝

  • 입력 2001년 10월 4일 15시 01분


거인의 한 시대의 끝

일본야구 센트럴 리그에서 “미러클 어게인”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진구구장에 비닐우산들이 춤을 출 시기만을 세고 있게 되었다. 퍼시픽 리그는 오랜 수위 공방전 끝에 긴테츠가 극적인 대타 역전홈런과 함께 12년 만에 드디어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한 시즌이 끝나면 떠오르는 이들도 있고 지는 이들도 있다. 오는 이가 있다면 가는 이가 있듯이… 그리고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사라지려고 한다. 어떤 이에게는 따뜻한 겨울이,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시간의 힘에 밀려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시기가 오게 되고 그와 함께 한 시대는 그렇게 저물어 간다.

올해 시즌 종료를 맞이하게 되는 자이언츠가 딱 그러한 경우가 아닐까?

우선 나가시마 감독의 은퇴… 그 후임에는 하라 타츠미 헤드코치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이언츠의 3대 기둥(三本柱), 사이토 마사키, 마키하라, 그리고 쿠와타… 이들은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의 자이언츠 마운드의 선발축을 이루고 있던 3인방이었다.

- 사이토 마사키 : 413경기 178승 94패 방어율 2.75

- 마키하라 히로미 : 462경기 159승 128패 56세이브 방어율 3.19

- 쿠와타 마스미 : 358경기 148승 118패 방어율 3.34

몸쪽으로 파고드는 절묘한 싱커와 컨트롤의 사이토, 코시엔을 울렸던 강속구의 마키하라, 마찬가지로 코시엔의 영웅이자 자이언츠의 영웅이었던 쿠와타… 부상들을 안아가면서 자이언츠의 우승을 위해서 역투하던 이들 세 선수, 여러 번 부상과 재활을 거듭하면서 15년 이상을 싸워왔던 그들이지만, 그들도 한명씩 그 이름을 지우고자 하고 있다. 물론 쿠와타는 내년에도 마무리 및 중간계투로 뛸 것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옛날 내가 기억하는 구와타는 이제 아니라고 본다. 키요하라와 함께 일세를 풍미했던 그의 모습은 말이다.

자이언츠가 안고 있는 문제

자이언츠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는 것은, 선수육성을 통해서 올라온 선수보다는 주로 프리에이전트 및 트레이드를 이용한 전력보강을 통해서 막강전력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타자를 보면 키요하라, 에토에서 볼 수 있듯이 주력 중심타자들의 대부분은 트레이드 및 FA를 통해서 데리고 온 선수이다. 그래도 타선의 경우는 말이 필요없는 마츠이 히데키, 천재라는 칭호의 다카하시 요시노부, 드래프트 파동으로 2년을 쉬어가면서 자이언츠에 들어온 모토키 다이스케(덕분에 펀치력은 다 죽었지만), 이외 니시 등의 좋은 선수들이 있는지라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수진을 보면… 자이언츠의 투수의 경우, 올 시즌 선발로 뛴 선수 중에 자이언츠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선수는 우에하라 코지(메이져 병이 나기 시작한), 그리고 이리키 유유사쿠 두 명이다. 물론 주목을 받은 선수들은 있었다. 카와하라. 한때 자이언츠 三本柱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였지만 팔꿈치 부상은 그를 가동제한의 투수로 만들면서 성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히라마츠? 좋은 속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경기장에 올라간 그의 모습은 옛날의 위압감 없는 모습에서 변한 것이 없었다. 니시야마. 구위가 나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롱릴리프로서 운영에 있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결국 몇 년째 선발진입에는 실패하고 있다. 타카하시 히사노리는 작년의 활약만큼의 것을 보이지 못하며 결국 불펜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따라서 선발을 구성하는 선수를 보면 메이, 이리키, 우에하라의 3인 정도에 타카하시, 죠우베, 카와하라 등을 자주 기용해 가면서 안정된 선발운용을 하기 어려웠다.

작년 우승 때를 생각해 보았을 때 투수의 주축은 FA로 들어온 쿠도였다. 그리고 올해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한 이리키의 경우 사실 그것은 아주 의외의 경우였다. 더욱 암운을 드리우는 것은 올해 좋은 활약을 보였던 죠베나 미우라와 같은 젊은 선수들도 과거 카와하라가 걸었던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많은 등판 끝에 부상으로 이탈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쿠도, 메이가 없어질 경우 선발을 어떻게 꾸릴 지에 대해서 상당히 고민해야 할 가능성이 현재로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물론 팜에 강속구의 우치조노가 있고 죠베나 미우라가 성장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죠베나 미우라의 경우 올해처럼 쓰여진다면 제 2의 카와하라가 될 것이다. 우치조노는 아직 앞길이 멀게만 보인다.

바다건너의 강력한 경쟁자

많은 유망주들이 부상 혹은 적응 실패 등으로 해서 아래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FA 혹은 트레이드를 통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만, 문제는 트레이드로는 어렵다는 점이다. 좋은 선수를 상대에게 선뜻 내어줄 팀도 별로 없고, 또한 미국의 경우처럼 팀이 많고 선수층이 두껍다 못해 넘쳐나 변동이 크게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아니기에, 결국 중심선수들간의 트레이드가 아닌 이상, 전력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FA뿐이다.

과거 FA시장에서 자이언츠가 누리고 있던 프리미엄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는 전국구 팀이라는 명성과 그에 맞는 재력과 더불어 빛나는 전통,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나가시마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예를 들어 키요하라가 자이언츠로 FA를 통해 들어오게 된 것도 결국에는 나가시마 감독과의 직접대면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은 매우 유명한 것이다.

그런데 1996년부터 FA 시장에 막강한 강적이 들어서게 된다. 그것은 메이져리그… 꿈의 구장이란 이름은 자이언츠라는 프리미엄에 절대 꿀리지 않는, 아니 더 좋은 프리미엄임을 보여주면서 그들은 노모를 데리고 갔고, 노모의 성공은 더욱더 강력한 프리미엄으로 바뀌어 버렸다. 게다가 자이언츠는 FA를 통해 전력보강은 커녕 자칫하면 올해 혹은 내년 이후 큰 손실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올해는 키요하라의 FA 권리행사여부가 이미 초미의 관심사(특히 한신(팬)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오너 빼고… --)이고, 내년에는 마츠이가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결국 이전까지 FA의 최대의 수혜자로서 FA를 통해 전력을 보강해왔던 자이언츠로서는 더 이상 FA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는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그렇기에 결국 자이언츠는 나가시마 감독을 비롯해서, 자이언츠의 한 시대를 만들어 내었던 三本柱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많이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나가시마 감독의 용병술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할 만한 부분은 아니기에(물론 아주 말이 많은 것이기는 하지만…) 별도로 치더라도, 어떤 면에서는 그동안 자이언츠, 그리고 일본 야구계는 나가시마라는 과거의 영광에 의존하는 모습을 버리지 못하였다. 특히 올해의 경우 이치로라는 나가시마 이후의 카리스마와 실력을 지닌 선수가 메이져로 가버리면서 상대적으로 과거의 빛에 대한 갈구는 더욱 심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과 빛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작년 일본시리즈를 보면서 씁쓸해 했던 것은, 아직도 나가시마와 오 사다하루에게 주조명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과거의 영광과 업적을 통해서 전통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통은 또한 미래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죽은 화석에 불과한 것이다. ‘새술은 새 부대에’라고 하는데… 과연 새로운 모습의 자이언츠가 내년도에 어떤 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또한 관심을 받는가에 벌써 관심이 간다. 그것은 일단 ‘과연 올해의 FA에서 어떠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에서 시작될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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