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축구대표팀 합훈 문제있다

  • 입력 2001년 10월 4일 14시 56분


"출발부터 심상치 않은 축구국가대표팀의 합숙훈련. 이래서는 안 된다!"

지난 2일 다음 달 유럽의 강호들과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전술 이해를 통한 조직력 강화를 위해 대구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달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2차례 평가전을 치렀던 대표팀은 고질적인 문전 처리 미숙과 수비 조직 불안 등의 문제점을 고쳐나가기 위해 이번 8일간의 훈련에 들어간 것.

하지만 이번 합숙 훈련의 시작은 월드컵에서 첫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팀이라고는 볼 수 없는 무성의한 모습이었다.

먼저 대표팀의 훈련 일정의 문제.

추석연휴에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사정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대표팀은 1일 오후 6시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무려 7시간 반이 걸린 2일 새벽 1시 40분이 되어서야 겨우 대구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신의 승용차로 뒤를 따랐던 히딩크 감독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후 버스전용차선을 이용, 깊은 새벽에 숙소에 도착했던 것.

결국 2일 오전 10시로 계획했던 훈련도 11시 반이 되서야 시작.

나름대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민족의 대명절인 그것도 귀성 차량으로 고속도로의 정체가 있을 것이 뻔한 추석 연휴 기간에 무리하게 이동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차 안에서 거의 8시간을 보낸 선수들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다음날 정상적인 훈련을 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훈련 일정을 아예 추석 연휴 이후로 잡는 것이 여러모로 옳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후 6시에 다시 시작된 훈련. 대표팀의 훈련장인 대구 수성구민 운동장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조명탑의 불빛은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조명탑의 불빛이 너무 약해 정말 말 그대로의 야간 훈련이 되었던 것. 연습장에 설치되어 있는 4개의 조명탑의 총 전등의 수는 96개인데도 이날 불이 들어온 전등의 수는 16개였다.

더 한심한 것은 불을 다 켜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고장이 나서 불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데 있다.

수성구민운동장은 FIFA에서 인정한 월드컵 공식 연습장이라고 하는데 세상에 불도 들어오지 않는 운동장이 어떻게 공식 연습장이 될 수 있었을까?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관계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 우리의 월드컵 16강 진출은 어림없는 일이 될 것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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