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초가을에 권하는 10권의 책

  • 입력 2001년 10월 4일 14시 31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www.kpec.or.kr)는 2001년 '10월의 읽을 만한 책' 10종을 선정했다. 2001년 7월부터 2001년 9월까지 발간된 책 가운데 250여 종의 책을 대상으로 각계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서평위원회에서 10종을 선정했다. '10월의 읽을 만한 책' 10종과 이를 선정한 서평위원의 추천사는 다음과 같다.

▶10월의 읽을 만한 책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백민석/문학동네)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레이 황/푸른역사)

<플라톤은 아팠다>(클로드 퓌자드 르노/푸른숲)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새뮤얼 헌팅턴/김영사)

<소기업 사장학>(이시노 세이치/명솔출판)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박규태/책세상)

<이타적 유전자>(매트 리들리/사이언스북스)

<나도 타오르고 싶다>(김영숙/한길아트)

<세상을 보는 눈(Ⅰ,Ⅱ)>(정호근 외/이슈투데이)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김해원/계림)

▶추 천 사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이 소설은 현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착종되는 느낌을 주는 이 시대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삶의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천착한 소설집이다. 작가 백민석의 작업은 전통적인 리얼리즘의 서술 방법이나 재현 방식과는 다르게 현실의 논리에서 출발하더라도 어느 순간 자유분방하고 비현실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흐름을 이끌어들인다. 그런 점에서 그의 소설은 낯설고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독자는 그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작가의 독특한 질문 방식과 새로운 현실 탐사가 왜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미지가 범람하고,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일상을 파고드는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아무리 그것의 존재를 부정하더라도 환상은 실재일 수 있고, 유령은 곧 우리 자신의 '살아 있는 과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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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오생근(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현대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을 관류하는 허드슨강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상징한다. 이곳의 뉴 폴츠 대학에서 중국사를 강의해 온 레이 황은 중국이 자본주의라는 현대경제제도를 수립하지 못했던 이유를 성찰했고, 스스로 던진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했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고대에서 원대에 이르는 시기의 역사를 분석하면서 권력의 지나친 중앙집중화가 경제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그리고 중국의 제도와 문물, 철학과 사상, 민중의 생활, 기후와 농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주었다. 그는 이러한 주제를 중국을 움직인 주요 인물들과 함께 논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영웅주의적 역사 서술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거시적 안목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시적 연구 방법을 구사하여 중국사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를 서술하는 데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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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조 광(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플라톤은 아팠다>

일반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플라톤의 대화록을 통해 후세에 전해진다. 이 대화록은 두 철학자의 입장이 뒤섞여 있어서 어디까지가 소크라테스 자신의 사상이고 또 어디부터가 플라톤이 각색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것을 초기와 중기와 후기로 나누고 뒤로 갈수록 플라톤의 입장이 강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철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상이 그 당시에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그 대화록들은 위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세련된 문학적 작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간과한다.

이 책은 플라톤의 대화록을 자료로 해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관계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다시 각색해 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유의 내용이 지닌 또 다른 측면을 매우 선명하게 부각시켜 준다. 거기에는 플라톤에 의해서 가려져 있던 소크라테스가 새롭게 그 모습을 드러내며, 동시에 이성 중심으로 체계화되었던 남성주의적 해석이 여성주의적 예지로 탈바꿈한다. 그것도 다소 파격적이지만 바람직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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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엄정식 (서강대 철학과 교수)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

이 책은 헌팅턴의 논설집이다. 그는 이미 <문명의 충돌>을 출간하여 21세기의 벽두에 새로운 담론의 한 장을 열었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책의 연장에서 그의 논리를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의 상황에 대입해 본 것인데, 이러한 논의는 이 책의 글이 그의 도쿄에서의 강연과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이라는 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논지에 입각해서 『문명의 충돌』에서 이미 예견했던 기독교 문명권과 이슬람 문명권의 대립, 그리고 기독교 문명권과 유교권의 대립이라는 구도에 입각해서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의 위치와 세계의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 책에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번의 책에서도 그러한 성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세계, 특히 동아시아의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예측은 헌팅턴과 같은 거장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추천자 : 진덕규(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소기업 사장학>

수 백만 명의 중소기업인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정작 이들에게 진정 도움되는 양서가 많지 않다. 사업에 도움되는 경험과 사례 분석 및 유익한 지침을 체계적으로 논리 정연하게 제시하고 있는 본서는 소기업의 사장에게 꼭 필요한 필독의 양서다. 사업에 몰두하다 보면 일이 제대로 되는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경우가 많고 실패하는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중소기업인에게 대단히 유익한 참고 자료가 된다. 특히 사업을 올바르게 정도로 하려는 중소기업인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불경기와 혼탁한 현실에서 많은 고초를 겪고 있는 어려운 소기업 사장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사업에 임하는 마음이 달라지고 사업의 내용이 개선되며 국가 경제의 질이 높아 질 수 있다. 좋은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값진 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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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곽상경(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이 책은 도쿄대학에서 에도 후기 일본 신종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저자가 일본의 신화에서부터 신도, 불교, 기독교, 신종교는 물론이고 나아가서는 대중문화 속에까지 숨쉬고 있는 종교적 상상력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일본의 종교세계에는 형이상학적 윤리나 엄격함 혹은 계율이 없다. 모든 사상을 받아들여 공존시키는 '정신적 잡거성'이 일본 종교의 특성이다. 절대적인 선이나 악이 존재하지 않는 카오스적 상황 속에서 우러나오는 창조의 힘을 저자는 일본이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양분법'적인 편가르기에 바빠서 타자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지 않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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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유석춘(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이타적 유전자>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독서계의 많은 관심을 끌었던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한 갈래의 대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 이미 100만년 전에 엄격한 의미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한,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유전자로 이루어진 인간이 어떻게 그토록 강한 사회의존적 속성을 지니게 되었는지, 그리하여 첫 장의 제목대로 "이기적 유전자의 이타적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알기 쉽고 흥미 있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냉혹한 경쟁 속에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인 오늘날의 세태에서 긴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 속에 도덕성과 협동성이 어떻게 자리잡게 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이 책을 읽는 느낌은 각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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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김영식(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교수)

<나도 타오르고 싶다>

미술이란 태고 때부터 존재해 왔지만 아직도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화랑과 미술관의 문턱이 높아서, 그림값이 비싸서도 한 원인은 될 것이다. 그러나 미술은 너무 어렵고 난해하다는 선입관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 책은 아마추어 미술애호가가 겁없이(?) 보고 느낀 감정들을 겁없이 풀어낸 미술이야기다. 전문가 눈에는 다소 치기로 비칠 수 있지만, 바로 이런 용기와 순수함이 일반 애호가를 잡아끄는 매력이다. 처음부터 전문가는 없다. 화랑, 미술관, 박물관을 찾아 많이 보고 느끼면 비교하는 눈이 뜨이고,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품에 대해 알려는 욕구가 싹튼다. 이런 본능적 욕구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애호가들과 공유해 온 저자는 "그림은 우아떠는 예술이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인 내 영혼의 풍경들"이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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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정중헌(조선일보 논설위원)

<세상을 보는 눈(Ⅰ,Ⅱ)>

새로운 책이다. 여기서 <새롭다>라는 것은 장정이나 새로운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 사회의 모호한 안개 지역을 스스로 헤쳐 갈 수 있는 감각을 길러 주는 새로운 안목 틔워주기라는 의미에서 이 책의 취지는 일단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의 대중화를 다룬 책은 있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대표적 전문가들이라고 자부할 만한 분들이 익명의 논평자를 선정하여 서면으로 수정 보완 요청을 하는 치밀성을 보여준 각별한 성의를 보여준 책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욕이 학문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쉽게 해석하고 이해하게 만들며 교과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재미있는 교양서라는 성격을 얻는 차별성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은 그래서 아주 적절한 제목이다. 1, 2권으로 고밀도의 내용을 실은 이 책은 번역서 위주의 한국 출판계에 던지는 도전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필자들의 큰 소리가 부담 없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한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 청년 학생들이 혼미한 이 시대에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무리 없이 선사하고 있는 귀한 책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눈뜨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이 두 권의 책으로 한 계절 밝게 세상을 바라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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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신달자(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

아동과 부모의 생각을 함께 키워주고 넓혀주는 동화라고 보았다. 즉 읽고 나면, 같은 사건에서 서로간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이야기를 모은 책인 동시에, 과학적 사고 과정도 보여주면서, 사고력을 키워주는 사례로도 활용할 수 있어, 꼭 읽어주기를 바라는 책이라고 정했다.

이 동화를 읽고 나면, 세상과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좋은 생각이 키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뜻에서 철학동화라고 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보이는 것, 느끼는 것에 대해 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철학이라고 할 때, 이 동화책은 바로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이야기들을 모은 동화이기 때문이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 아동은 저절로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함께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책끝에 부모님을 위한 지침서도 있어서, 부모님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아이들의 친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어, 가족간의 대화와 토론에 특히 좋을 것이다. 읽고 난 다음에, "왜 그렇게 되었을까?" "너였다면 그렇게 했을까?"라고 질문을 하고, 대답도 들어주고, 부모님의 생각과 의견도 들려주는 등……. 함께 생각하는 동화로서, 아동만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로서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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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유안진(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윤정훈 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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