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개그맨 이혁재 "귀여운 산적이래요"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5분


‘날카로운 눈매, 큰 얼굴, 수북한 가슴 털.’

개그맨 이혁재(29)의 첫 인상은 ‘산적’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는 우락부락한 외모를 무기로 갯벌을 뒹굴거나 번지점프를 자청하는 등 몸을 던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이혁재는 요즘 SBS ‘장미의 이름’(토 밤 9·50)‘좋은 친구들’(일 오전 10·50)‘초특급 일요일 만세’(일 오후 6·00) 등에 고정 출연하면서 개그의 폭을 넓히고 있다. 너무 많은 프로에 얼굴을 비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시간이 남으면 괜히 실업자가 된 것 같아 더 많은 프로를 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떤다.

“저는 유행어도 없고 프로그램이 대박이 나지도 않지만 많이들 얼굴을 알아보더라구요. 처음에는 ‘인상이 험악하다’고들 했는데 최근에는 ‘귀엽다’는 소리도 듣고 있죠.”

이혁재가 개그맨이 된 것은 인하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8년 KBS 2TV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캠퍼스 영상가요’에 출연하면서. 그는 친구들과 함께 쇠를 휘는 차력을 코믹하게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정식으로 코스를 밟자는 생각에 개그맨 공채 시험에 도전한 이혁재는 99년 KBS 최종 면접시험에서 낙방했다. “KBS 코미디가 어떠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별로 재미없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덜컥 말해버린 것. 결국 이 소문은 다른 방송국으로까지 퍼져 이혁재는 MBC 공채 10기에 합격하기 직전까지 “MBC 코미디 정말 재미있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국토 대장정 청년이 간다’ 코너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5개월에 걸쳐 하루 생활비 7800원에 막노동을 해가며 제주도부터 서울까지 도보로 행진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든 방송을 접고 ‘국토 대장정’에만 매달렸지요. 개그맨 생활에 사활을 걸고 끝까지 해내는 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체중이 8㎏이나 빠질 정도로 고생했지만 스스로에게 믿음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살신성인하는 웃음’으로 개그맨 톱 10안에 드는 게 꿈이라는 이혁재는 “마흔 살이 되면 대학시절 전공을 살려 벤처회사 사장으로 변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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