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 경제불안 심상찮다…내년 실업률 5.5% 넘을 듯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28분


미국 경제의 분위기가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뉴욕증시는 대공황 시절을 방불케 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 일각에서는 일본과 비슷한 장기불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뉴욕증시 급락세는 대공황 때 수준〓테러사건 이후 한 주 내내 급락세를 지속해 온 뉴욕증시는 21일에도 또다시 3대 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0.40포인트(1.68%) 떨어진 8,235.81포인트에, 나스닥지수는 47.74포인트(3.25%) 하락한 1,423.19에 마감됐다. 주간 기준으로는 다우가 14.3%나 떨어진 것으로 지금까지 대공황 말기인 1933년 7월의 최대 하락폭 15.5%에 근접한 수치. 나스닥도 16.05%나 폭락해 기술주에 대한 우려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날 뉴욕증시가 하락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에 적지 않은 원인이 있었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견고함을 믿지만 단기적으로 테러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는데 증시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으로 투자자들이 단기 비관론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고 지적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S&P 500지수와 다우존스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각각 1,200과 9,700으로 낮춘 것도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주가 하락 영향으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주가도 각각 2.70%, 2.28%, 0.59%씩 하락했으며 이 파급효과는 월요일 아시아 증시에도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업률〓블룸버그통신은 22일 “이번 테러 사태로 항공업종과 정보기술(IT) 관련 업종 등에서 200만명 이상이 해고되면서 8월말 현재 4.5%인 내년 1∼3월 중 미국의 실업률이 5.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의 전망은 이보다 더 심각해 “의료 건강 교육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이 감원바람에 휩싸이게 돼 연말 실업률이 5.5%까지 치솟고, 이후 몇 달 내에 실업률은 6%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실적부진에도 근근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테러사건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어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실적부진에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경기는 빠른 속도로 하강할 수도 있다는 것.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가는 “당분간 미국증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 반등’뿐”이라며 “장기적 관점의 투자라면 몰라도 당분간은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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