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잠못이루는 IT업계…외자유치 잇단 차질

  • 입력 2001년 9월 17일 19시 08분


미국 테러참사의 여파가 한국 정보기술(IT)업계에도 밀려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IT업체들은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 번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IT산업 분야의 수출과 투자 유치 등에 차질이 생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중동전이 일어나면 유가가 오르고 세계경제 상황이 악화돼 세계 IT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계 외자 유치에도 불똥〓유·무선 분야의 수위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의 외자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민영화 작업을 추진중인 한국통신은 연내에 수십억달러 상당의 정부 지분 15%를 해외에 팔 계획이었으나 테러사태로 협상이 중단된 상태. SK텔레콤과 일본 NTT도코모 사이의 수십억달러 규모 외자유치 협상도 암초에 부닥쳤다.

최근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딴 LG텔레콤은 다음달 중 유상증자를 실시해 신규 사업 자금 5396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주가 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2대 주주인 브리티시텔레콤(BT)을 대신할 해외사업자를 새로 찾을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이밖에 파워콤의 민영화도 늦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하나로통신 두루넷 데이콤 등의 외자 유치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PC와 반도체, 휴대전화기〓정보기기 제조사들은 당장 발생한 부품 수급난과 수출 제품 선적 지체보다는 장기적인 소비심리 위축을 더 걱정하고 있다. PC제조업체인 삼보컴퓨터와 삼성전자 등은 수출 물량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전체 수출 물량의 70%가 미주지역에 집중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PC 및 반도체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윈도XP’와 저가 펜티엄Ⅳ PC의 등장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 김운섭 상무는 “휴대전화기의 경우 아직까지는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을 제때에 선적하지 못하는 것 이외의 어려움은 없다”며 “시장 침체에 대비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활발히 개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김창열 차장은 “최근 중동시장에 시스템통합(SI) 특수가 일고 있는 시점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막대한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태한·김승진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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