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따라잡기]초임계 유체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48분


고체도 기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닌 물질이 있다. 바로 초임계 유체다.

기체에 압력을 가해면 액체가 되고 액체의 온도를 높이면 기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칙. 그런데 특정 온도와 압력을 넘어서면 아무리 압력과 열을 가해도 액체나 기체가 되지 않는다. 이때의 압력과 온도를 임계 압력, 임계 온도라 한다. 초임계 유체는 바로 이러한 임계점을 넘어선 물질이다.

초임계 유체는 기체와 액체의 장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선 액체처럼 다른 물질을 쉽게 녹일 수 있으며 기체와 마찬가지로 물질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또 액체와 달리 확산이 잘 되고 점도가 낮아 유용한 성분을 녹여낸 다음 그 물질에서 빠져나오기도 쉽다.

대표적인 예가 초임계 이산화탄소. 1978년 독일의 한 기업이 커피에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데 처음 사용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기존의 유기용매와 달리 독성이 없으며 온도와 압력을 조절하면 커피 고유의 향과 같은 다른 분자는 건드리지 않고 카페인만 골라 추출할 수 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의 이러한 특징은 맥주의 호프, 천연향과 같은 물질 추출뿐 아니라 환경오염이 적은 세탁이나 염색, 반도체 세척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의료분야에서 초임계 유체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약물을 초임계 유체에 녹이면 생분해성 고분자물질의 아주 작은 틈새로 스며들어가 약효를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다. 또 약물을 노즐을 통해 초임계 유체에 분사하면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의 약물 입자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나노 입자의 약물은 담배 연기 속의 니코틴처럼 허파를 통해 인체 내부로 신속하게 흡수돼 약효를 높일 수 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