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폭락 뻔한데 왜 개장” 투자자들 항의 봇물

  • 입력 2001년 9월 12일 23시 38분


미국 테러사태로 국내 증시에 충격이 전해지면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오후 개장을 결정한 정부 당국에 불만을 토로했다. 증권거래소 홈페이지와 투자정보사이트 등에는 12일 하루종일 휴장을 하지 않은 정부를 비난하는 글이 폭주했다. 대만과 캐나다 멕시코처럼 증시를 열지 않아 주가폭락 사태를 모면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아이디를 ‘jun’이라고 밝힌 한 투자자는 “폭락사태가 빚어질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개장을 한 이유를 정부는 반드시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일본처럼 가격제한폭을 축소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은 “증시 휴장은 투자자의 거래기회를 아예 차단하고 개인투자자의 현금확보수요를 봉쇄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오후 시간만 개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의 경우 장을 열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아 이들이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즉 주가폭락도 하나의 ‘시장현상’으로 당국이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daniel’이라는 필명의 개인투자자는 “도대체 오후에만 개장을 하는 논리는 뭐냐”고 따지면서 “개장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짧은 시간에 팔려고 아우성치는 투자자가 늘어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고 목청을 높였다. 다른 국가 증시처럼 장 후반에 낙폭을 좁힐 시간이 없었다는 것.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오후 개장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매도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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