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원치/테러 대응력 강화 나설 때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25분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자부하고 세계 최고의 최첨단 장비와 정보체계를 자랑하는 미국의 방어 기능도 무자비한 테러에 속수무책이었다. 엄청난 인명 및 물적 피해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와 정치, 국방의 심장부가 테러에 너무나 무력했다는 점에서 미국은 명예와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테러리즘의 궁극 목적은 개인이나 시설, 특히 국가에 대한 폭력투쟁을 통해 국가권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게 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가의 국방력이나 치안유지 세력을 묶어놓는 것이다. 또 국가체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국민에게 국가체제 또는 방어체제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테러 형태는 비행기 납치 또는 건물 점거와 같은 인질형(人質型)이었으나 이제는 점차 건물 파괴나 인명살상 등 폭파형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테러단체들은 뻔뻔하게도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고 왜 무슨 목적으로 그런 테러를 했는지를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는 범인과 배후가 누군지, 목적이 무엇인지 함구하는 이른바 익명성과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대량 살상하는 무차별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왜 이렇게 양상이 바뀌고 있는가.

첫째,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일반인의 테러 불감증을 자극해 공포심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둘째, 폭탄이나 화학무기 등 무기에의 접근이 용이하고 위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소규모의 엄선된 지점을 공격하기 때문에 대량 살상용 무기가 필요없었고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컸으나 이제는 대상의 무차별성으로 고도의 화학무기가 필요해졌다. 또한 냉전시대의 종식으로 대량 살상용 무기를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테러 관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테러범들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참으로 충격적이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참으로 우려되는 점이 많다.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개방사회가 테러에 취약하고, 냉전체제 종식이 역으로 종교 인종 민족간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이런 유형의 테러리즘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장 범인이 밝혀지면 이에 대한 응징이 예상되고 이것은 다시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며 결국 전 세계에 엄청난 군사 정치 경제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사태에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테러리즘에 관한 한 폭력주의에 결코 굴복할 수 없다는 국가 차원의 결연한 의지와 용기,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물리적 강제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흔히 테러전쟁은 모기와 코끼리의 싸움으로 비유된다. 모기는 작지만 커다란 체구의 코끼리를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공격할 수 있다. 그만큼 국가라는 코끼리는 테러리즘이라는 모기에 취약점이 모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정부와 국민이 그야말로 하나가 되는 국가적 통합력 이외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김 원 치(대검 형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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