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음반 1장에 수십억… 가수재벌 탄생 눈앞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5분


얼마 전 모 경제 신문에는 조성모의 새 음반이 코스닥에 등록된 음반회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음반발표 즉시 100만장을 돌파하면서 음반의 주 구매층인 청소년들의 월별 구매량(1.7개)의 대부분을 빼앗기게 되는 여타의 코스닥 등록 음반회사들의 주가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전국 관객 800만 명을 넘는 한국 영화가 나오고 20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음반이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진 문화 상품들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도 아직 할리우드 외화와 경쟁이 치열한 영화시장과 달리 한국 음반시장은 외국 음반보다는 우리 음반들끼리의 싸움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음반 발표 타이밍 조절이 주된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조성모의 신보를 의식해서 여타 발라드 가수들이 음반 발매 시기를 조절하는 바람에 9월에는 조성모를 제외한 다른 대형 발라드 가수의 새 음반 발표 계획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발라드의 황제라고 불려왔던 신승훈도 정면으로 붙어서 구태여 시장을 양분할 필요가 없다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새 음반 발표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요즘 들어 ‘화장을 고치고’라는 발라드 곡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왁스의 경우, 여자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조성모의 음반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무리를 하면서까지 일정을 서둘렀다. 결과적으로 8월에 음반을 시판한 것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왁스의 제작자는 내심 조성모의 음반이 단 1주라도 더 늦춰지기를 바랬다고 한다.

10월말로 예정된 ‘god’의 새 음반 출시 계획도 다른 댄스 가수들이나 남자 그룹들의 일정을 조절하게 만들었다. 당분간 새 음반을 출시할 수 없게 된 ‘H.O.T.’ 때문에 무주공산에 입성하게 된 ‘god’는 200만장 돌파를 목표로 음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고 다른 그룹들은 일정을 당겨 10월 초에 앨범을 내거나 아예 11월 중순 이후로 신보 발표를 늦추고 있다.

올 상반기 가요계를 휩쓸어버린 김건모의 경우, 거의 경쟁자가 없었던 올 봄의 가요계에 음반을 발표한 타이밍 조절이 대박의 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제는 스타 가수 한 명이 음반 한 장으로 소속사에 수십 억 원을 벌어다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유승준은 음반 2장을 내는 조건으로 레코드 회사로부터 37억 원(제작비 포함)을 받았고, 조성모는 그 이상 가는 조건으로 새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이다. 조만간 스포츠 재벌처럼 가수재벌들도 탄생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이 세워지는 등 우리의 대중 문화가 점차 발전하는 모습이 한편으론 뿌듯하다. 하지만 수천 억의 투자금이 몰리면서 자칫 한탕주의만이 팽배하거나 배부르고 등 따뜻해진 제작자나 연예인들이 나태해질까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김영찬<시나리오작가>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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