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日 외무성 ‘범죄의 온상’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48분


고개숙인 다나카 日외상
고개숙인 다나카 日외상
엘리트 집단으로 알려진 일본 외무성이 ‘범죄의 온상’으로 지탄받고 있다.

도쿄(東京) 경시청은 95년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 호텔비 등을 부풀려 공금 4억2000여만엔을 착복한 아사카와 아키오(淺川明男·56) 외무성 과장보와 호텔관계자 3명을 6일 사기혐의로 체포했다.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과 노가미 요시지(野上義二) 차관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했으나 외무성 관료에 대한 일반인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3월에는 요인 외국방문 지원실장이 4200만엔의 기밀비를 유용했다 체포됐는데 더 조사해보니 횡령액은 무려 5억600만엔이나 됐다. 7월에는 대절 택시비용을 부풀려 2200만엔을 사취한 과장보 등 3명이 적발됐다. 8월에는 케냐대사관 등지의 해외공관 직원이 공금 유용 또는 수당 과다청구로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외무성에서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 것은 고시 출신 직업관료들이 ‘돈 문제는 잘 모른다’며 물품조달 업자 선정 등 예산집행 업무를 고시 출신이 아닌 전문직에게 맡겨놓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한자리에서 20, 30년씩 있다보니 사정을 빤히 알아 손쉽게 공금을 빼돌린다는 것. 외무성은 이런 사정을 들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인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빼돌린 돈이 부서 회식비나 교통비 등으로 사용된 사례도 많아 상관이 범법행위를 묵인해준 측면도 강하다. 노가미 차관도 기자회견에서 “상당수의 과가 수천만엔에서 수십만엔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6일 외무성 독직 사건을 보고 받고 “또야? 역시 기강이 해이해졌어”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일본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7일 각료회의에서 “제도뿐만 아니라 의식이 문제다. 각 성청은 외무성만의 일로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국민 세금을 내 돈으로 여기는 ‘공무원 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 이와 비슷한 공금횡령 사건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항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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