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종민/사행산업 규제기구 미룰 틈 없다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5분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명분으로 지난해 10월 강원 정선군에 스몰카지노를 개장한 지 1년도 채 안된 지금, 우리 사회는 ‘도박중독증 환자’니, ‘꽁지’(카지노의 사기꾼 ‘깡업자’)니 하는 낯선 표현들에 당혹해 하고 있다. 여기에 불법적인 ‘인터넷 카지노’까지 등장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시행중인 경륜 경마 일반복권에 이어 곧 시행될 체육진흥투표권(Toto), 내년 초 시행 예정인 ‘사이버 복권’에다 상륙의 기회만 보고 있는 로토(Lotto) 케노(Keno)에 이르기까지 사행산업은 앞으로 줄지어 출현할 예정이다. 이런 사행산업의 긍정적 영향까지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규제책이 없다면 많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사행산업은 경제여건, 늘어난 여가시간, 사회인식의 변화, 자유로운 문화 유입, 사행산업의 대형화 및 합법화 등에 의해 부침의 영향을 받는다.

사행산업과 관련해 국내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독립된 규제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호주 등 사행산업이 발달된 선진국에는 예외 없이 ‘게이밍산업 규제위원회’가 존재한다. 국내에는 이런 규제위원회가 없는 상태에서 사행산업이 유입되기 때문에 역기능인 중독증과 피해 사례가 더욱 속출하고 있다.

규제위원회는 사행산업 인허가, 투명경영을 위한 감사기능뿐만 아니라 도박중독증 등 역기능을 줄이기 위한 치료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사행산업 관련 교육기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얼마 전 문화관광부는 카지노 규제위원회 설립을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국내 카지노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장치이기 때문에 시행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지금은 카지노에 대해서만 규제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각종 사행산업을 총괄하는 기구가 절실하다. 현재는 경마와 카지노, 인터넷 카지노, 일반복권, 체육진흥투표권 등이 각각 다른 기구에 의해 운영, 감독되고 있다. 갑자기 모든 사행산업을 총괄하는 규제기구가 생긴다고 해서 사행산업의 역기능이 일순간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발생하고 있는 피해사례를 보면 결코 팔짱을 끼고 있을 때는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사행산업을 ‘은밀한 뒷거래나 속임수, 사기, 중독증을 가져오는 사회적 병폐’라고 인식하면서도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 및 지원으로 건전한 레저문화로 자리잡도록 했다. 사행산업 규제위원회의 역할은 사행산업의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사행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크다. 이를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선진국의 ‘사행산업 규제위원회’의 활동과 운영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둘째, 벤치마킹 결과와 국내 환경을 감안해 ‘사행산업 규제기구’ 설립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되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셋째, 이런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정부가 직접 감독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발빠른 행동이 필요하다.

김 종 민(이원회계법인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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