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John Daly - 오랜 방황의 끝 (?)

  • 입력 2001년 9월 7일 10시 20분


98-99시즌, 31승 19패의지난 주말 독일의 뮌헨에서 열린 BMW 대회에서 죤 데일리가 우승을 하였습니다. 첫 라운드를 선두로 마쳤을때만 하더라도 누구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1995년 올드코스에서 벌어진 British Open 을 우승한 이후 6년만에 우승한 것입니다.

John Patrick Daly...

1991년 PGA Championship 을 닉 프라이스의 대타로 출전하여 우승을 거머쥠으로써, 전 세계 골프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래, 그는 세번의 이혼과 알콜 중독, 무수한 돌출 행동으로 인해 골프계의 이단아로 취급 받으면서 이제는 생계 걱정을 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수년간 친구들에게 빌려주고, 술 마시고 노름하고, 위자료 등등으로 나간 돈이 7백만 달러..

4년간 사귄 여자 친구와 결별하고 만난 여자가 지금의 와이프인 Sherry 입니다. 친구 소개로 만난 지 5분 만에 청혼하였고 그로부터 7주 후 결혼하였습니다.

이미 31살때 세번의 이혼을 경험한 데일리. 이번 결혼이 얼마나 오래 갈 지도 관심사입니다. 항상 재혼을 할 때 마다 "지금 와이프는 나의 모든것을 이해 해준다" 라고 말했었습니다.

각설하고, 데일리가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그것도 라이더컵 마지막 스팟을 차지하기 위해 유럽의 쟁쟁한 선수들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에서 말입니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과다 복용한 탓에 한때 260 파운드까지 나갔었던 그가 무려 60 파운드를 감량하였습니다. 최악의 1999년을 보내면서 절치부심, 숏 게임 연습에 매달렸다고 하는데 이번 대회를 보니 과연 그의 파 쎄이브는 절묘하더군요. 95년 British Open 때 보다 더 좋아진 숏 게임입니다.

1992년 Old Course 에서 British Open 이 열릴 때, 클럽 하우스에서는 저 유명한 Peter Thompson 이 방송사와 인터뷰 중이었습니다. 17번 홀을 마치고 홈 홀로 들어오는 데일리를 보면서 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Thompson 왈, "내가 보기에 저 친구는 샘 스니드와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군요. 원가 모를 슬픔이 존재하는 듯 합니다. 골퍼는 100% 행복할 때 최상의 경기를 할 수 있는 건데... 그의 타고난 재능만큼이나 이름을 떨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아주 정확한 지적이 되었습니다

그와 투어에서 가장 친한 선수는 닉 프라이스와 그렉 노먼입니다. 닉 프라이스와는 1991년 PGA Championship 에서의 기이한 인연으로 친해졌고, 닉 프라이스는 몇 년 전 알콜 중독 치료의 후유증으로 인해 같은 조로 경기 중 심하게 몸을 떨자 그의 바람막이를 데일리에게 직접 입혀 줍니다. 그렉 노먼과는 더 절절한 사연이 있습니다. 1994년 Wonderful World of Golf 에 출전하였던 데일리는 첫 라운드에서 그렉 노먼의 뒷 조로 경기 중이었습니다. 데일리는 급한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노먼의 바로 뒤로 드라이버를 날려 보냅니다. 급기야 노먼의 캐디인 Tony Navarro 가 데일리에게 말합니다. "좀 천천히 치면 안되나?" 데일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If you guys would get going, maybe we could play some fXXXXXX golf out here" (니네가 빨리 움직여야 골프를 칠 것 아닌가?" Navarro 역시 물러서지 않습니다. "Are you in such a hurry to shoot eighty?" (그렇게 서둘러서 치는게 고작 80개냐?)

문제는 일요일에 벌어졌죠. 데일리가 파 4홀에서 원온을 노리고 쏜 드라이버가 그린에서 퍼팅을 하고 있던 앞 조로 떨어집니다. Jeff Roth 란 클럽 프로가 경기하고 있었죠. 경기 후 데일리와 Roth 의 부모는 설전을 벌입니다. Daly 는 Roth 의 62살된 엄마에게 "You know you remind me of my ex-wife" 라고 말합니다. 이 사건을 놓고 징계 위원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데일리는 다음해 초까지 출전정지를 먹습니다. 공식적인 출전 정지는 아니고, 선수의 자발적 휴식이란 명목으로..

몇 달 후 그랙 노먼이 인터뷰를 합니다. 그렉 노먼이 누굽니까? 입바른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전형적인 호주사람이긴 해도 적어도 없는 자리에서 선수를 씹는 사람은 아닌 노먼. 데일리에 대해서도 감정이 좋을 리 없었건만 노먼은 이렇게 말합니다. "데일리가 나의 지지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 그는 내가 보기엔 매우 괜찮은 친구이다 (a very fine young man)". 감명받은 데일리는 곧장 노먼에게 사과 전화를 하였고 노먼은 데일리를 그의 best friend 로 받아 들입니다

현존하는 투어 프로중에 실력으로 으뜸은 타이거 우즈입니다만, 인간적으로 많은 연민과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는 역시 데일리입니다. 그는 아직도 수백장의 싸인을 마다 않고 해 줍니다. 알콜중독과 돌출행동의 이면에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데일리의 인간성이 있습니다.

데일리가 PGA Championship 에서 우승하고 나서 스타덤에 오른 후 그의 가공할 드라이버와 시원시원한 골프로 인해 많은 출전료 (appearance fee) 를 받고 다닐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그의 캐디에게 집을 사준 것이었습니다. "내 주위에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면 내가 돈 쓰는 것은 아깝지 않다". 그가 PGA Championship 에서 우승할 때 닉 프라이스의 캐디였다가 데일리와 우승을 함께 일궈낸 Jeff Maddelin 이 몇 년 후 암으로 사망할 때, 유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조의금을 선뜻 내 놓은 것도 데일리였습니다. 10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마음씀이 넉넉하고 절제심이 부족한 데일리.. 때론 도를 지나치게 파격을 보이지만 늘 주변의 팬들과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는 데일리.. 그렇기 때문에 팬들을 아직도 몰고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우승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 대회를 마친 후 데일리는 이렇게 인터뷰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포기하였지만 나는 내 자신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에게서 골프를 빼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좋던 싫던 포기 할 수 없었다..."

포기...

데일리의 과거 골프를 요약한다면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재능' 과 '포기' 란 단어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그의 재능이 어떠하건 그가 두 번의 메이저 우승자이건 아니건, 그는 지금껏 포기로 일관된 골프를 쳤습니다. 라운드 중간에 공을 집어들고 포기한 것이 벌써 수 차례입니다.

1993년 Belfry 에서 열린 라이더컵.. (이번 2001 대회와 같은 장소입니다) 당시 미국팀 주장이었던 탐 왓슨은 데일리를 Captain's pick 으로 집어 넣으라는 수많은 팬들의 압력을 받습니다. 왓슨 역시 데일리에 대해 나쁘게 생각지 않고 있던 중.. 내심 그를 팀에 집어넣으면 Belfry 에서 특유의 장타로 유럽팀 선수들의 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매치 플레이의 속성상 한 홀에서 죽을 쑤더라도 승산이 있다고도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왓슨은 결국 데일리를 뽑지 못합니다. 데일리의 그 포기성향 (give-up attitude) 때문입니다. 왓슨은 이렇게 회고합니다. "데일리가 만일 볼을 집어 든다면 그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사기를 죽이게 됩니다. 그가 아무리 재능 있는 선수일지라도 도저히 뽑을 수 없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데일리.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그의 놀라운 재능을 세계에 보여 주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의 속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팀 플레이가 알파요 오메가인 2003 라이더컵에 자력으로 자리를 따내기 바랍니다.

이제는 그의 사전으로부터 [포기]란 단어가 없어지길 바랍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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