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중돈 단기예금으로…한달새 3조4649억 몰려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9분


시중자금이 은행의 단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은행의 기업대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은 줄어들어 기업들은 풍요 속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가계대출은 크게 늘어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은 은행 예금은 8월중 7조4662억원이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7월중 증가액 4조6130억원보다 2조8532억원(61.8%)이나 더 늘어난 것.

이 중 수시입출금식예금은 3조4649억원이나 증가해 7월중 2조2149억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할 때 5조6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반면 1년 이상 정기예금은 625억원 감소해 시중자금이 단기화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투자신탁 수탁고는 8월중 5조3517억원 늘어나 7월(13조2650억원)보다 증가액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 중 머니마켓펀드(MMF)는 7조7115억원 증가에서 1조1366억원 증가로 둔화됐다. 채권형 수익증권도 4조6198억원 증가에서 2조2641억원 증가에 머물렀다. 이는 8월5일 콜금리 인하 후 국고채 수익률이 연 4.9%대까지 떨어졌다가 5.1%로 올라 평가손이 예상되는 데다 하이닉스반도체 등 부실기업 정리로 손실이 예상된 데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돈이 은행에 몰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8월중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8144억원이나 감소했다. 7월중 9852억원 늘었던 것에 비해 2조원 가까이 줄어든 셈. 중소기업 대출도 1조5650억원 늘어났지만 증가액은 7월(2조4236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가계대출은 8월중 4조1935억원이나 늘어나 7월 증가액(2조4406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을 할 때 담보권설정비를 7월부터 다시 부과하다가 8월 들어 다시 면제해주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일부 가계에서 생활자금을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경기가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가계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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