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사형수와의 금지된 사랑 '1850 길로틴 트래지디'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35분


시퍼런 칼날이 ‘슉’ 하고 떨어지는 ‘기요틴’(단두대·‘길로틴’의 표준말).

새 영화 ‘1850 길로틴 트래지디(1850 Guillotine Tragedy)’에서 기요틴은 작품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모티브다.

이 작품은 기요틴이 상징하는 죽음의 그늘 아래 펼쳐지는 세 인물의 사랑과 갈등을 담았다.

1850년 캐나다 부근의 프랑스령 외딴 섬. 술에 취한 두 남자가 한 노인이 얼마나 뚱뚱한지 내기를 하다 어이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두 남자 중 한 남자는 호송 마차의 전복으로 죽고 다른 남자 닐(에밀 쿠스트리차)은 감옥에 갇힌다.

문제는 닐이 기요틴 형을 선고받았지만 섬에 기요틴이 없다는 것. 결국 닐의 목숨은 기요틴이 도착할 때까지로 연장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걸 온 더 브릿지’ 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그려온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은 삶과 죽음 등의 주제를 묵직하게 다뤘다.

귀족 출신의 마담 라(줄리엣 비노쉬)는 한번의 실수로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인물.

그는 남편이자 섬의 주둔군 장교인 장(다니엘 오테이유)에게 죄수인 닐이 마을 사람들의 잡일을 도울 수 있도록 부탁한다. 마담 라가 닐의 운명에 끼여든 순간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운명은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매듭처럼 얽혀진다.

세 주인공을 둘러싼 섬세한 심리 묘사는 이 작품을 품격 있는 멜로 영화로 업그레이드시킨다. 선정적인 러브 신과 수다로 채워진 3류 멜로 영화와 격이 다르다. 이들의 눈빛을 통해 표출되는 사랑과 갈등의 소용돌이가 강렬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감독이 아닌 ‘배우 쿠스트리차’와의 만남은 또다른 볼거리. 두 차례나 황금종려상(85년 ‘아빠는 출장중’ 95년 ‘언더 그라운드’)를 차지하며 칸영화제를 정복했던 쿠스트리차는 빛나는 열연으로 배우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다.

‘마농의 샘’의 다니엘 오테이유와 ‘블루’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줄리엣 비노쉬가 보여주는 원숙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8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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