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英 “에릭손 감독에 기사 작위를”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35분


단 한판의 승부였지만 그 영향력은 엄청났다.

2일(한국시간) 잉글랜드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예선에서 라이벌 독일을 5-1로 대파하며 승리한 다음날 영국 신문들은 일제히 머리기사로 꿈같은 승리를 자축했다.

‘텔레그래프’지는 ‘정말 잉글랜드가 독일을 꺾었는가’ ‘마이클 오언이 정말 해트트릭을 기록했는가’라는 의문문으로 제목을 뽑아 승리에 도취된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인디펜던트’지는 ‘영국 스포츠의 국제대회 역사상 가장 믿어지지 않는 승리’라며 축구대표팀을 칭송했다.

일각에서는 잉글랜드가 상승세를 살려 2002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할 경우 스웨덴 출신의 첫 외국인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에게 기사 작위를 주고 ‘스벤 경’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

반면 1931년 오스트리아에 0-6으로 패한 뒤 70년 만에 최악의 패배를 당한 독일에서는 이날 패배를 ‘국가적 재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태.

이와 함께 유럽 6조 예선에서 조 최하위인 리투아니아와 0-0으로 비기는 바람에 월드컵 진출권 확보를 유보하게 된 이탈리아에서는 올 초까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 라치오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에릭손 감독을 추앙하는 것으로 이탈리아축구대표팀의 부진을 질책하는 분위기. ‘코리에르 델로 스포츠’지는 ‘이탈리아는 글쎄, 에릭손은 최고’라는 제목으로 축구대표팀의 분발을 촉구했다.

한편 잉글랜드의 일방적인 승리는 훌리건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준 듯.

잉글랜드-독일의 경기가 열리기 전 독일 뮌헨시의 올림픽스타디움 바깥에서 난동을 부렸던 양국 훌리건들은 경기 후에는 오히려 ‘얌전하게’ 사라졌다. 잉글랜드 훌리건들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돼 조용히 독일을 떠났고 독일 훌리건들은 충격 속에 고개를 숙인 채 삼삼오오 해산한 것.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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