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서울대 인문대 3억기증 박맹호 민음사 사장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31분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 사회의 위기입니다. 인문학을 경시하는 사회풍조는 훗날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실용’과 ‘가벼움’만을 추구하는 ‘경박사회’의 틈 속에서 고사 직전에 처한 인문학의 활로 개척을 위해 인문학 서적 전문출판사인 민음사의 박맹호(朴孟浩·68)사장이 서울대 인문대에 3억원을 기증키로 했다.

박 사장은 올해 1월 ‘3년 이내에 3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와 함께 서울대에 1억원을 쾌척했으며 나머지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조만간 기증할 예정. 서울대 인문대측은 그의 기부금으로 ‘민음인문학 저술기금’을 설립, 인문대 교수의 저술 및 연구비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35년간 출판 외길을 걸어온 박 사장은 현재 인문학이 처한 위기에 대해 “경제개발이 화두였던 1960년대 역시 인문학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인문학 전공자들의 긍지와 자부심은 굳건했다”면서 “요즘은 인문학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사장은 또 “한국 문학의 성장과 좌절을 함께 한 당사자로서 현 세태에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인문학 신진 기예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966년 문학전문 출판사를 표방하고 출발한 민음사는 ‘오늘의 시인총서’와 문학계간지 ‘세계의 문학’ 등을 창간하고 ‘오늘의 작가상’ 제정 등을 통해 시인 김수영 황지우씨, 소설가 한수산 박영한 이문열씨 등 수많은 유명 문인들을 키우거나 연관을 맺어올 한국 문학의 산실. 박 사장은 “인문학으로 이만큼 살아온 만큼 이제는 그 덕을 인문학 발전에 돌릴 때가 됐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계속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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