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유럽예선]5-1…"잉글랜드의 날"

  •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32분


마이클 오언
마이클 오언
‘짜릿한 복수, 충격의 패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2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02월드컵축구 유럽지역 예선 9조 잉글랜드-독일전은 말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환희의 주인공은 선취골을 내주고도 5-1 대역전승을 일군 잉글랜드. 해트트릭을 기록한 마이클 오언(리버풀)과 스웨덴 출신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마치 월드컵 본선 우승이나 차지한 듯한 생애 최고의 감격을 맛봤다.

반면 ‘전차 군단’을 이끈 루디 펠러 독일 감독은 팀의 역전패는 물론 부친이 심장마비를 당하는 불운까지 맛봐야 했다. 관중석에 앉아있던 부친이 전반 종료 직전 독일이 역전골을 내주는 장면을 목격하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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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는 역대 독일전 최다 스코어차로 이긴 이날 승리로 지난해 10월 홈인 웸블리에서 0-1로 패했던 수모를 깨끗이 설욕하는 한편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잉글랜드가 약체 그리스 알바니아와의 남은 경기를 이기고 독일이 핀란드와의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승점은 같지만 이미 골득실에서 잉글랜드가 2일 현재 4골차로 앞서있는 것.

독일의 이날 패배는 1931년 오스트리아전 0-6 패배후 역대 최악의 대패였고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진 것도 85년 포르투갈에 0-1 패배 후 이번이 16년 만이다.

시작부터 ‘총성없는 전쟁’이었다. 독일은 6분 미드필드에서 올라온 볼을 페널티지역 안에 있던 올리버 노이빌레가 헤딩으로 떨어뜨리자 카르스텐 얀커가 그대로 달려들며 슛, 선취골을 뽑았다. 그러나 홈팬의 열광은 이내 잦아들었다. 전열을 재정비한 잉글랜드가 13분 오언의 오른발 동점골을 시작으로 유례없는 대 역전드라마를 펼쳐내기 시작한 것.

주도권을 잡은 잉글랜드는 전반 인저리타임때 스티븐 제라드의 25m 중거리슛으로 승부를 뒤집었고 이후 후반 3분, 21분 오언의 연속골에 힘입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잉글랜드는 29분 헤스키가 5호골을 터뜨리며 이날의 역전드라마를 마무리했다.

한편 5조 폴란드는 이날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의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완승, 2위 우크라이나(승점 13)와의 격차를 7점으로 벌리며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다.

유럽에서 폴란드가 처음 가세하면서 2002월드컵축구 본선 진출국은 아프리카 5개국을 포함해 10개국으로 늘었다.

7조 선두 스페인도 2위 오스트리아와의 맞대결에서 4-0으로 승리, 2위 이스라엘(승점 11)을 승점 6점차로 따돌리고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2조 아일랜드는 1명이 퇴장당한 열세속에서도 매카티어의 결승골로 강호 네덜란드에 1-0으로 승리, 조 1위를 지켰다.

반면 이날 본선행 티켓 확정을 기대했던 8조 이탈리아는 약체 리투아니아와 0-0으로 비기며 최종전까지 가슴을 졸이게 됐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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