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부패한 권력을 응징하라 '소설 난타'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27분


◇ '소설 난타'/ 최범서 지음/ 293쪽 8000원 울림사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한국. 하늘에서 보던 조상 귀신이 나섰다. 사회악을 일소하리라 단체를 결성한 것이다. 이름도 거창한 ‘한반도 10인 천상 구국위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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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신’으로 칭한 위원님들은 누구신가. 단군 고주몽 박혁거세 온조 김수로 왕건 이성계 이승만 윤보선 그리고 박정희. 이들은 ‘난타 4인 특공대’, 줄여서 ‘난특대’ 4인을 사람으로 둔갑시켜 서울에 파견한다.

다음 스토리는 예상하는 바와 같다. 하루밤에 최고 통치권자의 실세측근들을 살해한다. 그래도 권력층은 각성하지 않는다. 위기조차 권력쟁취의 기회로 삼기 위해 음모와 모사를 벌인다. 이정도로는 안되겠다고 각성한 귀신들이 나설 수 밖에. 북한산 밑에 목책감옥을 만들어 지옥을 옮겨온다. 각계 각층의 비리 연루자를 잡아들여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선량한 시민들이 열광한다.

애국심의 발로로 썼다는 이야기가 현대판 홍길동이나 임꺽정 같다. 도술과 비기로 헐겁게 짠 이야기에서 촘촘한 논리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루한 ‘아랫것’들이 고매하신 ‘윗분’들을 난타(亂打)하는 쾌감이면 족하다. 이같은 황당한 상상이 아니면 권력욕의 교정이란 불가능한 것인지, 쓴 웃음이 난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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