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하이닉스 벼락'…종합주가 570 붕괴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35분



이제 주식투자자들은 ‘하이닉스’라는 이름이 지긋지긋하다. 잠시 잊고 지낼 만하면 ‘유동성 위기’ 운운하며 다시 나타나 증시에 딴죽을 걸기 때문이다.

29일 주식시장도 그랬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나스닥지수가 1,900선 밑으로 또다시 떨어지자 국내 증시도 약세로 출발했다. 가뜩이나 비틀거리던 증시는 오후 들어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은행 증권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커졌다.

‘당사자’인 하이닉스는 그동안 추락을 거듭하더니 이날 결국 1000원대마저 무너졌다.

하이닉스의 직격탄을 맞은 은행업종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전기가스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28일보다 10.88포인트 하락한 565.63을 기록.

전문가들은 국내외 악재 속에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코스닥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하나의 신호.

이날 코스닥의 거래량은 연중 최저치인 2억1560만주로 하이닉스 한 종목의 거래량인 2억1687만주에도 못미쳤다. 거래대금 역시 최근 열흘간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줄곧 1조원대를 밑돌고 있다. 이날 코스닥에서는 투자심리 악화로 투매양상까지 빚어지면서 지수가 전날보다 3.14%나 하락, 65.32로 떨어졌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이날 코스닥은 조금의 충격만 가해져도 무너질 형국이었다”면서 “하이닉스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시중자금이 다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0일 새벽(한국시간)에 발표될 미국의 2·4분기 수정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월 발표된 예상치는 0.7%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으나 증시 전문가들은 제로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률까지도 예상하고 있는 상황.

국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큰 부담으로 상존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매각에 대해 잡음이 가시지 않는 와중에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내외 여건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거래소의 경우 당분간 500과 600을 오가는 등락이 예측되고 있으며 코스닥의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60선의 지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박현진·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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