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유로화 내일 첫 공개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49분


내년 1월1일 유로 회원국인 유럽 12개 국가(유럽연합 15개 회원국 중 영국 스웨덴 덴마크 제외)에서 유로화의 전면 사용을 앞두고 유럽중앙은행(ECB)은 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로화의 실물 화폐를 처음 공개한다. 또 9월1일부터 극도의 보안 속에 유로화가 회원국 은행들로 공급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국민이 유로화 사용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펴는 한편 일반소매점 등에서 주화의 부족이나 가격환산에 따른 불편 등을 핑계로 물가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로화 수송작전〓ECB는 9월1일부터 연말까지 유로 회원국 은행들에 총 6000억유로를 공급할 계획. 12개국 중앙은행들은 각국의 조폐창에서 찍은 유로화를 지난주부터 비밀리에 화폐저장소로 옮겨 왔다. 조폐창과 화폐저장소 위치는 극비에 부쳐졌다. 수송은 기차나 트럭을 이용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천대의 장갑차까지 동원됐다.

프랑스는 22일부터 중무장한 군대와 경찰은 물론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남동부의 공군 및 해군기지 등 81곳의 저장소로 총 3만2000t(에펠탑 무게의 4배)의 유로 동전을 옮기는 비밀작전에 돌입했다. 코르시카섬 은행들로 운반될 유로화 수송에는 구축함까지 준비됐다.

600억유로가 공급될 독일은 극비리에 중앙은행의 각 지역 창고 등으로 유로화를 모두 옮긴 상태. 또 이탈리아는 5000명 이상의 경찰을 동원해 24, 25일 이틀에 걸쳐 약 72억유로의 주화와 24억유로의 지폐를 전국 15곳의 저장소로 운반했다. 9월1일 시작될 은행 배분에는 중무장한 50대의 열차와 200대의 트럭이 동원될 계획.

네덜란드 스페인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은 9월3일 유로화의 은행별 배분 준비를 끝냈다. 금융기관에선 연말인 12월 15∼31일 각 도소매 유통업계에 유로화를 공급한다.


▽유로화 홍보〓요즘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퀴즈 프로그램에는 유로화 문제가 단골로 등장한다. 컴퓨터 TV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보여주고 유로화로 얼마인지를 알아맞히게 한 뒤 가장 근사치를 댄 사람에게 그 물건을 주는 식이다. 유로화 계산과 사용에 보다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가정에 날아오는 각종 고지서에는 그동안 유로화와 프랑화가 병기돼 왔으나 점점 프랑화 표기가 줄어들고 있다.

유로화 회원국들은 유로화의 전면 사용을 앞두고 공익광고와 안내 책자, 인터넷,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유로화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유로홍보센터(EIC)를 가동해 위조 유로화의 식별법 등을 홍보하고 있다.

▽전망〓유로화 수표 사용이 시작된 7월 한 달 동안 프랑스에서는 총 결제액 가운데 1.07%만 유로화 수표로 결제됐다. 프랑스 재무당국이 이번 여름에 결제액 중 절반, 11월 초까진 70%가 유로화로 결제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아직도 유로화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유로화 통용은 유로권 내에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유로화 환전 경비에다 구 통화와 병행 사용되는 기간에 드는 추가 비용 등으로 인해 상인들이 물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금지급기와 자판기는 물론 주차미터까지 교체해야 하는 만큼 추가 비용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위조와 돈세탁도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진 100달러짜리 지폐가 검은 돈을 은닉하는 주요 수단이었지만 그보다 고액인 500유로가 새로운 ‘블랙머니’로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로화가 EU 역내의 교역을 늘리고 환전 비용을 줄여 유로권 경제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기대보다 걱정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종훈기자·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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