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합병기업 '새얼굴 알리기' 총력 "우리 하나됐어요"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44분


▽알리기와 비전 제시〓합병회사 광고전략의 가장 큰 초점은 ‘새 얼굴 알리기’. 99년 탄생한 한빛은행은 6개월 동안 50억원를 들여 새 법인 탄생을 알렸다.

한국통신프리텔(016)과 한국통신엠닷컴(018)은 5월 통합법인 ‘KTF’가 출범하기 훨씬 전부터 대대적인 얼굴알리기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먼저 작년 11월부터 합병을 예고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New & More’를 슬로건으로 한 이 광고는 남녀가 옷 한 벌을 같이 입고 춤을 추는 내용. ‘한몸’이 된다는 것을 옷으로 나타낸 것.

요즘에는 안성기, 강수연 등 초특급 모델을 등장시켜 ‘대한민국 이동통신을 KTF가 주도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SK텔레콤(011)과 신세기(017)의 조심스런 접근〓반면 업계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조금은 조심스러운 접근을 택했다. ‘강자가 약자를 삼켰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 따라서 ‘SK신세기통신으로의 사명변경’을 알리는 광고의 후속편은 ‘동반자’인 친구로 잡혔다.

‘017이 011과 친구가 되었습니다’란 카피의 이 광고는 약육강식으로 비치기 쉬운 합병을 부드럽고 정감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고모델 또한 주인공인 장혁과 전지현의 진짜 친구를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017은 또 하나의 011’이란 것을 강조해 은연중 얻는 011의 ‘후광’ 효과도 컸다. 이달부터 방영된 새 시리즈는 합병이 주는 ‘직접적인 혜택’을 다뤄 서서히 ‘강도’를 높이고 있다.

▽광고대행사에겐 ‘가슴떨리는 일’〓인수합병이 진행될 때 광고회사들은 누구보다 가슴을 졸인다. 2개 기업이 하나가 되면, 그 기업의 광고를 제작해온 광고회사도 하나로 줄어야 하기 때문.

KTF의 출현은 올해 광고계에서 하나의 ‘사건’이었다. 합병 이전 한통프리텔과 엠닷컴의 광고는 제일기획, 웰콤, 코래드, 오리콤 4개 회사가 사이좋게 나눠갖고 있었다. 그런데 5월 합병법인 KTF가 출범하면서 제일기획과 웰콤 두 회사만 새 대행사로 선정됐다. 프리텔과 엠닷컴은 1년 광고비가 900억원에 달하는 ‘큰 손’. 덕분에 코래드와 오리콤은 매출액의 10% 가량이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맛봤다.

SK텔레콤의 광고를 대행하는 TBWA코리아는 합병으로 ‘횡재’를 했다. TBWA는 지난달부터 SK텔레콤에 인수된 신세기통신의 광고도 함께 맡게 됐다.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TBWA는 칼자루를 쥔 SK텔레콤 덕분에 절로 외형을 키울 수 있었다.

제일기획이 맡았던 삼성자동차는 지난해 프랑스 르노에 인수되면서 프랑스의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와 친분관계가 있는 웰콤이 광고대행권을 따냈다.

이런 맥락에서 업계에서는 주택, 국민은행 합병 등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대우자동차 매각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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