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단 행적 수사]한여성 “훌륭한 장군님” 서명

  • 입력 2001년 8월 23일 01시 00분


‘8·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이 북한에 머물렀던 6박7일(15일부터 21일까지) 동안 일부 인사들은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멋대로 행동했다.

문제가 된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개폐막식 행사 참석이나 만경대 방명록 서명보다도 더 심각한 행동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측 대표단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에서 “훌륭한 장군님” “한 별을 우러러” 등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거나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북측 안내원들이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측면도 있었다. 만경대에서 강정구(姜禎求) 동국대교수의 방명록 서명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힌 모 인사는 “강 교수는 17일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태어났다고 하는 초가집 참관을 마치고 30여m 떨어진 서명 테이블로 갔는데 이 장면을 북한 기자들이 꼼꼼히 기록했고 TV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측 안내원은 “수령님께서 혁명의 뜻을 세운 곳이니 글을 남기시라”며 집요하게 서명을 요청했다는 것.

17일 대표들이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했을 때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열람실에 앉아 있던 북한 여성이 “그동안 우리가 만나지 못한 건 남조선의 미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잡자 남측 대표단의 일부 인사가 “맞아, 맞아”라며 맞장구를 쳤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른 사람도 있었다.

18일 백두산 삼지연 관광에 나선 한 인사는 방명록에 ‘혁명전통 이어받아 통일…’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날 묘향산 관광에 나선 일부 인사는 국제친선전람관의 김일성 주석 밀랍인형 앞에서 큰절을 했고 그 중엔 눈물을 흘린 사람도 목격됐다.

19일 백두산 밀영(密營) 관광에 나선 한 여성은 “백두산 정기를 타고나신 장군님(김정일)이시라 훌륭한 장군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서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백두산 정상에 올라선 한총련 소속 일부 학생은 “연방제로 통일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재계인사는 “‘백두혁명’(김정일의 혁명사상) 운운하는 글도 방명록에서 보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총련 학생들 중 일부는 백두산 삼지연의 김일성 주석 동상 앞에서 북측 안내원에게 “이런 것 만들 돈 있으면 인민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게 낫지 않으냐”고 항의했고 통일연대 소속 일부 인사들도 북측의 실상과 남측 대표단 일부 인사의 무분별한 행동에 충격을 받아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단 파문 기사리스트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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