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영찬/열올리던 의원들 어디에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0분


최근 한달간 여야는 언론사 세무조사 국정조사 실시와 추경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책임을 놓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식의 입씨름을 벌여왔다.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언론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8월19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민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추경예산안 처리를 야당이 언론국정조사와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8월7일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

하지만 막상 21일 열린 국정조사특위 첫 전체회의나 추경안 세입세출안을 다룬 재경위에서는 양당이 왜 이런 입씨름을 벌여왔는지 의아하게 만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먼저 야당이 줄기차게 실시주장을 펴온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는 20명의 특위 위원 중 10명만 참석하는 바람에 의사정족수(11명)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40여분이나 지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참석자는 한나라당 위원 10명 중 2명, 민주당 8명 중 6명, 자민련 2명.

회의가 지연되자 한나라당은 의원회관에 있던 권태망(權泰望) 이인기(李仁基) 의원을, 민주당은 참관차 들른 전갑길(全甲吉) 의원을 ‘1일 특위위원’으로 즉석에서 교체해 겨우 성원을 이룰 수 있었다. 민주당 설훈(薛勳) 간사는 한나라당 참석자인 고흥길(高興吉) 정병국(鄭柄國) 의원을 향해 “언론국정조사는 야당이 하자고 해놓고…”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민주당도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었다. 국정조사특위 직전 열린 재경위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추경안 세출입 결의를 위해 소집된 이날 회의는 23명의 전체 위원중 11명만이 참석해 결국 산회됐다. 참석자는 민주당 4명, 자민련 1명, 한나라당 6명. 한나라당 의원들이 “추경안 처리는 여당이 하자고 해놓고…”라고 비난해도 민주당이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국정조사와 추경안이 시급하다고 떠들던 의원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는 국회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양당 의원들이 귀에까지 들렸는지 궁금하다.

윤영찬<정치부>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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