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권 외국컨설팅비용 2118억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25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국의 컨설팅 회사에 지불한 자문 용역비가 21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빛 제일 서울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용역비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자문 용역의 95% 이상이 미국계 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민주당 조재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부터 올 6월말까지 국내 금융회사가 외국 컨설팅사에 지불한 자문 용역비는 2118억원이었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권이 전체의 83%인 175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 220억원 △증권 140억원 △종금 3억9000만원 △투신 3억7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금융회사별로는 주택은행이 19건의 자문 용역에 가장 많은 469억원을 지불했으며 한빛 313억원, 제일 260억원, 서울은행 183억원 등의 순이었다.

증권사 중에서는 대우증권이 리서치 관련 시스템 도입 자문 등 4건의 컨설팅 용역비로 79억9000만원을 지불했다. 보험사 중에는 알리안츠제일생명이 72억4000만원의 용역비를 썼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선진금융기법 도입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외화 낭비와 국내 금융, 기업 관련 정보의 해외유출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컨설팅 비용의 증가는 국제수지상 사업 서비스 수지 악화로 이어져 사업서비스 적자 규모가 98년 11억3600만달러에서 99년에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2억4000만달러에 이르렀다는 것.

특히 일부 컨설팅회사의 ‘겹치기 자문’과 특정 국가 편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매킨지의 경우 △한빛 주택 하나은행에 대한 경영자문을 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조흥 외환 신한은행 아더앤더슨은 △조흥 한빛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비슷비슷한 경영 자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계 회사는 국내 금융회사에 전체의 95%에 이르는 165건의 컨설팅을 했으며 미국계가 아닌 어니스트앤영(영국) 도이체방크(독일) 파이낸셜엔지니어링(일본) 등 3개사가 8건의 컨설팅 수주를 했을 뿐이다.

이인실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소장은 “금융회사의 이익 규모에 비해 컨설팅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며 “특히 컨설팅 과정에서 기업 관련 정보의 유출 가능성도 심각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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