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미 증시 동조현상 '뚝'…길 잃은 국내 투자자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21분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미국 나스닥지수와 동조현상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예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감(感)으로 투자하거나 시스템트레이딩을 이용하는 지수선물 투자자들이 이익을 내는 데 아주 힘겨워한다. 증권거래소 시장이 큰 수익을 노리는 투기적인 거래자들에게는 ‘무덤’과도 같은 힘겨운 전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나스닥과 동조화 ‘증발’〓종합지수는 미국 나스닥지수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적 상식’이었다. 현물 및 지수선물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나스닥지수의 동향을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8월 초부터 종합지수와 나스닥지수의 움직임이 크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하락해도 종합지수는 꿋꿋한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21일에도 나스닥지수는 2.7%나 떨어졌지만 22일 종합지수는 1% 넘게 상승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선경래 주식운용수석팀장은 “거래소시장이 유동성을 바탕으로 에너지가 강해져 외부 변수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며 “한미 증시가 동조하지 않는다고 나스닥지수를 참고하지 않을 수도 없어 투자 판단을 내리기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지수선물 투자자 ‘당황’〓지수선물 투자자들은 대체로 나스닥시장이 올랐으면 매수, 떨어졌으면 매도포지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스피200선물지수가 나스닥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방향을 잘못 잡아 뜻밖의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22일에도 선물지수가 68.6으로 출발해 일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가 매도포지션을 잡았으나 곧바로 반등하자 환매수를 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압구정동 미꾸라지’로 불리는 선물시장의 ‘큰손’ 투자자는 “한미 증시의 동조화파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바뀐 증시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시스템트레이딩으로 선물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지수가 박스권에서 적은 폭으로 움직이자 또 다른 고충을 겪고 있다. 변동폭이 커야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트레이딩의 장점이 요즘 장세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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