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안철수 후광'보안주 홀로 강세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44분


강력한 저항선인 70선에 막혀 지난주 내내 지지부진한 시세를 보였던 코스닥지수는 20일 1.69% 하락하며 68선 아래로 밀려났다. 대다수 종목들이 약세였지만 보안주만은 달랐다.

가장 눈에 띈 종목은 퓨쳐시스템. 최근 알려진 상반기 실적을 통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하고 영업손실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초과하는 18억2000만원으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6.33%나 오르는 강세를 나타냈다.

퓨쳐시스템과 더불어 보안주 3인방으로 통하는 싸이버텍홀딩스와 장미디어인터렉티브도 각각 1.29%와 1.96%씩 오르며 상승대열에 동참했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시장의 공감대나 실적 향상 등의 주가상승 모멘텀이 전혀 없는 보안주가 이처럼 약세장에서도 분발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안철수연구소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다음달 13일 코스닥시장에서 매매거래가 시작될 예정인 안연구소가 21일과 22일 양일간 코스닥 등록을 위한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면서 ‘잠잠하던’ 보안주 테마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 14일 코스닥에 신규등록된 뒤 4일 연속 상한가 행진중인 시큐어소프트도 안연구소와 더불어 보안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안연구소가 보안주 바람의 주연이라면 시큐어소프트는 조연인 셈이다.

그러나 업종대표주의 후광을 엎고 보안주라는 이유만으로 덩달아 동반 상승하는 장세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김희연 애널리스트는 “안연구소 소프트포럼 등 각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보안업체들이 속속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면 경쟁력없는 몇몇 보안주들은 주가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이같은 옥석가리기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각각 침입차단시스템과 안티바이러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기업인 시큐어소프트와 안연구소 주가가 얼마까지 올라갈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특히 안연구소는 공모가가 본질가치보다 120.8%나 할증된 2만3000원(액면가 500원)에 결정된 데 이어 기관투자자들이 배정물량의 99.2%를 한두달간 팔지 않기로 약속바람에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이 우려된다. 실적에 따른 주가 평가를 중시하는 안철수 사장은 “제발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벌써부터 ‘거품’을 걱정하고 있다. 굿모닝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실적과는 무관하게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주가를 쫓아가는 투자는 어느 순간 폭발하는 폭탄돌리기 게임에 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투자심리와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안연구소는 10만원, 시큐어소프트는 1만5000원 이상까지 주가가 치솟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적정주가는 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