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세계증시 또 울린 '피의 금요일'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33분


미국의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난 주말 나스닥시장이 급락하자 전세계 증시가 일제히 동반 추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 상대적으로 견고한 움직임을 보였던 한국 증시도 이번 주에는 나스닥발 악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세계 증시, ‘피의 금요일’〓17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3%나 떨어지면서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900선이 무너졌다. 나스닥이 19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4월 11일 이후 처음. 다우존스 지수도 1.5% 하락했다.

미국 증시의 하락 여파는 곧바로 이웃나라로 전염됐다.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는 22개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금융 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의 메르발지수는 무려 6.04% 폭락했다.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 지역의 다른 증시도 대부분 동반 하락.

대서양 건너 유럽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DAX지수는 전날보다 2.61% 떨어지며 최근 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와 영국 런던의 FTSE100지수는 각각 2.16%, 0.88% 하락했다.

▽전반적인 추세도 하락세〓지난 한 주간 추이를 보더라도 세계 증시는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한 주간 무려 4.57%나 폭락했다. 델컴퓨터, 포드자동차 등 기술주 굴뚝주 가릴 것 없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된 원인이었다.

유럽 증시는 미국의 증시 하락, 금값 급등, 달러 약세 등 미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신호가 속속 나타나는 와중에 텔레콤주와 기술주의 약세까지 겹쳐 하락세가 지속됐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증시는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와 대만의 가권지수가 각각 4.62%, 3.61% 오르는 등 의외로 꿋꿋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주에도 강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

▽여전히 어두운 전망〓이처럼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미국 경제 및 증시 전망에 대해 비관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크레디스위스 자산운용의 스탠리 나비는 “현재 시장 분위기는 한 달 전보다 더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리버티펀드의 투자전략가 알프레드 쿠겔은 “상승세를 이끌 촉매제가 없고 매도자가 매수자를 압도하는 형국”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스닥이 4월 저점인 1638포인트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도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 퍼스트콜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편입기업의 순이익이 3·4분기에 13.4%, 4·4분기에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빅토리SBSF캐피탈의 투자전략가 찰리 크레인은 “경제 활동이 내년 1·4분기에 나아지고 기업실적은 2·4분기에 개선된다는 전망조차도 하기 힘들다”면서 “현재 바닥을 예상하는 것은 복권에서 당첨될 가능성을 내다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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