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이-팔 16세소년 '적에서 동지로'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31분


친구가 된 이스라엘의 도니 슐만(왼쪽)과 팔레스타인의 자말 오부 잔트
친구가 된 이스라엘의 도니 슐만
(왼쪽)과 팔레스타인의 자말 오부 잔트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친한 친구예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어른들이 쌓아올린 ‘적대적인 벽’을 조금씩 허물면서 포연과 핏자국으로 얼룩진 땅에 ‘평화의 씨앗’을 심는 아이들이 있다. 이스라엘의 도디 슐만(16)과 팔레스타인의 자말 오부 잔트(16). 14일 미국 CNN방송에 출연한 이들은 “비영리 국제단체인 ‘평화의 씨앗’이 주최한 여름캠프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캠프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우정을 확인한 슐만군과 잔트군은 캠프 일정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워싱턴 방문 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슐만군은 파월 장관을 만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어떻게 해서 폭력사태가 시작됐는지를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잔트군은 ‘이스라엘측이 왜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국제적으로 불법인 신경가스나 방사능탄 공격을 하는지’를 물어볼 작정이다.

캠프생활이 정치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이들 10대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잔트군과 슐만군은 “캠프에서의 공동생활을 통해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됐고, 비록 가치관과 의견은 달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자신들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탄테러와 보복공격에 대해 TV를 통해 알고 있는 이들은 “사건이 터지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캠프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잔트군은 “만일 내가 살고 있는 툴카렘에서 폭탄이 터진다면 이스라엘 친구들이 당장 전화로 나의 안부를 물을 것이고 친구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보복공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평화의 씨앗’은 미국인 존 월래치가 1993년 3월 설립한 단체. 중동과 발칸반도 등 분쟁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상호이해와 공존능력을 키워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단체는 매년 분쟁지역의 청소년들을 모아 미국 메인주에서 여름캠프를 열고 스포츠와 회의, 문화행사 등 각종 단체활동을 통해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웹사이트(www.seedsofpeace.org)를 방문하면 자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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