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고객 울리는 연금신탁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49분


지난 2월 H은행의 연금신탁(이전의 개인연금)에 20만원을 넣은 주부 오모씨(42·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이달 9일 연금을 해지하려다 깜짝 놀랐다.

가입일로부터 해지일까지의 수익률은 연 6.69%였지만 해지한 뒤 돌려받은 금액은 14만9600원으로 원금의 4분의 3에도 못미쳤던 것. 오씨는 “상품의 약관에 ‘세금을 제외한 원금에 대해서는 은행에서 보장한다’고 씌여져있는데 어떻게 원금까지 까질 수 있느냐”며 “은행에선 상품의 성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았다”고 항의했다.

요즘 은행엔 오씨처럼 연금을 해지하러 왔다 항의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

이처럼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올 2월부터 새로 판매된 연금신탁의 경우 과거 상품과는 달리 해지시 세금이 엄청나기 때문. 해지할 때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것을 감안해 기타소득세로 원금과 이자의 22%를 떼는 데다 가입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불입액의 5.5%를 해지가산세로 내야 한다.

특히 주부 등 근로소득이 없는 경우엔 손실이 크다. 이들은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원리금의 22%를 고스란히 날리는 것이다. 근로자는 은행에서 가입 증명서를 받아 연말에 제출하면 기타소득세로 낸 부분을 소득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

설명을 들은 오씨는 “받지도 않은 세금공제를 미리 떼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H은행측은 “연금신탁은 과거 개인연금과는 달리 혜택이 적어 고객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며 “가입자들의 항의가 많은데다 제도에 문제가 있어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세법 개정을 건의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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