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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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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대주주들의 전횡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던 소액주주들이 권익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인터넷에 모임터를 만들어 대주주의 횡포를 고발하는가 하면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와 당당히 맞서 표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이같은 소액주주들의 노력이 최근 의미있는 결실을 하나 맺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영남제분의 소액주주들이 주주들과의 약속을 위반한 대주주로부터 보상을 받아낸 것이다.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주식을 내다팔아 주가를 하락시킨 대주주를 대상으로 개인 투자자 149명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대주주와 회사측은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배상금액을 합의금으로 내놓았다.
그동안 대주주들이 달콤한 말로 투자자를 유인해 주가를 띄운 뒤 잇속을 챙기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대주주들의 이런 행태는 한 마디로 입 속에 꿀을 담고 뱃속으로는 칼을 지닌 ‘구밀복검(口蜜腹劍)’이요, 나무 위에 오르라고 권하고는 오르자마자 아래서 흔들어대는 ‘권상요목(勸上搖木)’이었다.
현실이 그랬기에 증권가에선 이번 사건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주가를 띄우기 위해 공시나 보도자료를 통해 온갖 약속을 남발하는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이어 지난 주말에는 소액주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소식이 또 하나 있었다. 집단소송제가 여야 합의 형태로 확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집단소송제는 똑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를 하면 나머지 피해자들도 모두 구제를 받을 수 있게하는 제도다.
재계에선 당연히 반발이 심하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이 남발해 기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래서 정부도 소송 남발을 방지할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에게 재계의 이런 항변은 먹혀들지 않는다. 소송 남발을 우려하기 전에 소송이 단 한 건도 제기되지 않도록 경영을 투명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집단소송제는 우선 총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들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규모가 이에 못미치는 기업들, 특히 대부분의 코스닥 등록 기업의 관계자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를 잠시 피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믿지못할 기업으로, 또는 대주주로 한번 두 번 낙인 찍히다보면 투자자들이 영원히 등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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