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68세 장애노인 "한강 헤엄쳐 건넜어요"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3분


척주장애5급 노인 이희재씨의 역영
척주장애5급 노인 이희재씨의 역영
“아직도 몇 ㎞는 더 갈 수 있는 기력이 있어요.”

고희(古稀)를 앞둔 신체장애 할아버지가 한강을 수영으로 횡단하며 ‘노익장’을 과시해 화제다.

올해 68세인 이희재씨(서울 성동구 성수1가). 이씨는 12일 오전 한국수영지도자연합회 등이 주관한 ‘제1회 8·15 광복기념 한강 살리기’ 대회에 출전, 잠실 선착장에서 동작대교 남단에 이르는 11.3㎞ 구간을 헤엄쳐 건넜다.

이씨는 오전 8시20분경 잠실 선착장에서출발해3시간29분만인 11시49분 동작대교 남단에 무사히 도착해 “아직까지 20대 못지 않은 체력을 갖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씨가 도전한 한강 잠실 선착장∼동작대교 남단 구간은 몸이 성한 일반인은 물론 수영선수조차 건너기 힘든 난코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참가를 강행한 이씨는 “잠수교 부근을 통과할 때 수온이 갑자기 내려가 체온이 떨어지면서 힘이 부쳤지만 ‘반드시 건너고야 만다’는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사고로 척추를 다친 뒤 평생을 등이 심하게 구부러진 채 장애인(척추장애 5급)으로 살아온 이씨. 89년부터 장애를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6월부터 한강과 대성리, 올림픽공원 수영장 등에서 매일 2시간씩 훈련을 해왔다는 이씨는 이번 대회에 ‘해방둥이’ 고혜숙씨(56·여)와 함께 출전해 완영(完泳)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씨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5㎞ 단축마라톤과 한강 도강(渡江)대회(1.2㎞ 구간)도 함께 열려 500여명의 참가자가 체력을 과시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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