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라커룸]'바람의 아들' 관중몰이

  • 입력 2001년 8월 10일 23시 01분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초반으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 프로야구 최고의 ‘빅카드’는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LG-해태전이었다. 이 두 팀이 경기하는 날이면 여지없이 암표가 나돌았고 3만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양팀의 명승부가 팬들을 매료시켰다.

공교롭게도 양팀간 게임당 평균 관중수가 해마다 2만명을 웃돌았던 절정기는 이종범이 국내에서 활약한 93년부터 97년까지. 특히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94년엔 양팀간 게임당 평균 관중수가 2만8045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 해에 LG의 홈경기 매진 11경기 가운데 7경기가 해태전일 정도로 두 팀간의 대결은 폭발적인 성원을 얻었다.

이제 현재로 다시 돌아와 2001년 8월10일 잠실구장. LG-기아의 13차전은 마치 한국시리즈 7차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2만5533명으로 올시즌 양팀간 경기중 최다 관중. 기아팬들은 3루측은 물론이고 외야 좌중간 스탠드를 넘어 우중간 LG 응원석까지 점령해버렸다.

그 원인은 물론 컴백한 이종범에 있었다. 이종범이 첫 서울 나들이를 하는 경기였기 때문. 팬들은 그가 타석에 설 때나 수비에서 공을 만질 때마다 “이종범”을 목 터지게 외치며 야구에 대한 갈증을 시원스레 풀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슈퍼스타’ 이종범이 프로야구 전체를 흥겨운 축제마당으로 바꿔 놓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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