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중국팀이 청소년대표 위주로 짜였다고는 하지만 한국여자축구가 중국을 꺾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한국이 9번 싸워 9번 모두 큰 점수 차로 패한 중국은 노르웨이, 미국과 함께 세계 3강에 꼽히는 여자축구의 강자 아닌가. 그런 중국을 이겼으니 차제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애면글면 하는 남자축구 대신 여자축구로 눈을 돌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양궁 골프 농구 탁구 핸드볼 하키 등을 봐도 세계적으로 여자팀이 세니 축구 역시 ‘강한 한국여성’이 나서면 16강은 문제없고 곧 세계 8강, 4강에 오를 게 아니냐는 기대다. 그러나 우리 여자축구의 현실을 알고서는 그런 얘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업팀이라고 INI스틸(옛 인천제철), 숭민원더스 단 두 팀밖에 없다. 그나마 재작년 12월 숭민이 생겨 두 팀이 된 것이다. 93년 이후 99년까지는 인천제철 한 팀뿐이었다.
▷대학에서 공을 차도 졸업하면 갈 데가 없다. 현재 대학선수는 9개 대학 160명. 이들 중에 많아야 10여명이 실업팀에 뽑힐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할 의욕도 신명도 나지 않을 게 뻔하다. 중국은 여자실업축구 갑(甲)리그만 16개팀이고, 일본도 L리그 12팀에 실업팀은 30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여자축구의 가능성은 입증됐다. 그러나 고작 두 개의 실업팀으로 가능성을 세계 정상으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박수만 칠 게 아니라 우선 실업팀 한둘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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