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인천공항 파문]"행정관이 전화는 할수있다지만"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20분


“일개 청와대 행정관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하는 전화를 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국중호(鞠重皓) 행정관이 인천공항공사의 유휴지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과 관련, 이상호(李相虎) 전 개발사업단장에게 청탁 의혹의 소지가 있는 전화를 한 사실이 확인되자 ‘청와대 행정관의 위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국 행정관은 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비리의혹 관련 첩보를 입수할 경우 확인해 비서관에게 보고하는 것이 주 업무. 따라서 비리와 관련된 사실 확인 차원에서는 누구에게든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통화의 내용. 국 행정관은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사업자 선정에서 경합했던 ‘에어포트 72’컨소시엄측의 한 지인으로부터 경쟁 컨소시엄인 ‘㈜원익’에 참여한 삼성이 로비를 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이 전 단장 등에게 전화해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 처리’란 표현이 자칫 상대업체보다 엄청나게 많은 1729억원의 토지사용료를 써내고도 2위로 밀린 ‘에어포트 72’를 도와줄 것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 의혹을 사는 대목. 여기에다 청와대가 갖는 무게 때문에 흔히 ‘국장’으로 불리는 청와대 3급 행정관의 전화는 관계부처나 정부산하기관 등에 무시 못할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는 평소 이 전단장은 물론 강동석(姜東錫) 인천공항공사사장과도 개인적 친분을 유지해 온 국 행정관이 전화통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탁성’ 발언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업무처리 과정. 청와대 직제상 행정관은 비서관을 보좌해 일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사후에라도 담당 비서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국 행정관은 전북 완주 출신으로 전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알게된 인연으로 92년부터 98년까지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98년 정권교체 후 민정수석실 4급(현재는 3급)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겨 그동안 정부부처와 지역민심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 국 행정관은 몇 달 전 받은 물혹제거 수술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승모·윤영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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